경제·금융

[글로벌] 외국계증권 거센 '女風'

메릴린치등 유명증권사 전체인력중 여성이 절반'여의도의 아마조네스(여전사)' 외국계 증권사의 여성 직원들을 일컫는 말이다. 여성 임원은 물론 여성 지점장도 찾아보기 힘든 국내 증권사와 달리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여성들이 주요 임원자리를 차지하며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외국계 증권사 전체 인력의 절반가량이 여성이다. 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아마조네스가 여의도를 점령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외국계증권사가 성별이나 학벌 등에 상관없이 능력 위주로 인력을 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먼파워가 커졌고 당당하게 '반쪽'이상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고 분석한다. ◆ 당당한 '세상의 절반' 외국계 증권사에서 여성 비중은 전체 직원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국내에서 1ㆍ2위를 다투고 있는 메릴린치증권은 전체직원의 45%가 여성이다. 모건스탠리증권도 전체 직원 63명 가운데 23명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임원비중도 높아 전체 13명의 임원중 30%가 여성이다. 여성임원은 물론 지점장도 없는 국내 증권업계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또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은 회사 법률고문인 유니슨 김을 포함해 전체 95명중 47명이 여성이고 도이체증권도 31명중 13명이 여성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증권사들의 국내 지점에서 우먼파워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이들 외국계 증권사들이 성 구분없이 능력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릴린치증권은 지난해부터 본사를 비롯 전세계 지사에서 여성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여성간부 30% 이상 두기'를 내부 방침으로 정해 놓고 있다. ◆ 성(性)보다는 능력 단순하게 여성이 많다고 이들 외국계 증권사의 우먼파워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전체 인력의 절반이라는 숫자보다는 그 이상의 능력이 발휘되는 데서 그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정자 HSBC증권 서울지점장은 외국계 증권사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여성으로 꼽힌다. 창구에서 채권을 판매하는 여직원부터 시작해 전문가 직종인 애널리스트로 성장한 뒤 지난 98년 8월 여성으로서는 처음 외국금융사 지점장에 올랐다. 증권업계에만 22년째인 이 지점장은 국내 애널리스트 가운데 처음 EBITDA(이자와 세금ㆍ감가상각비를??차감하기 전의 영업이익) 개념을 활용해 기업분석자료의 품질을 높였다. 이 지점장은 처음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보다 성과급을 제외하?고도 연봉이 100배 이상 뛰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우먼파워의 주인공들도 대부분 이 지점장과 마찬가지로 경력 8년에서 10년차 이상의 중견직원들이다. 이미 국내나 다른 외국계 증권회사에서 충분히 실력을 검증 받은 재원들로 지원부서의 헤드급인 부장이나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물론 '돈'과 직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 업종 특성상 프런트부서(영업직이나 리서치 등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부서)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은 아직 적지만 여성 지점장도 없는 국내 증권사 상황을 감안하면 확연히 다른 풍토다. ◆ 여성 재원들, 외국계 증권사 선호 외국계 증권사에서 여성인력이 맹활약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만큼 여성인력에 대한 지원이 국내 기업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여성인력이 외국금융기관에 몰리는 이유는 아직도 국내 기업들이 승진 등에 있어서 차별을 두고 있는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능력에 따라 승진 등의 기회가 많고 보수도 국내 증권사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한 외국계 증권사는 2명의 경력직원을 채용했는데 채용원서를 낸 40명중 33명이 여성이었다. 고정관념을 깨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외국계 증권사 우먼파워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특히 리스크 관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법인영업, 기업금융 등 프런트 업무에도 여성인력이 전진 배치되고 있다. 맹선영 UBS워버그증권 이사는 "홍콩ㆍ싱가포르 등에는 프론트 오피스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며 "국내 외국계증권사에도 앞으로 프론트 오피스를 맡는 여성인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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