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실점을 줄여야 한다. 지난 9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대량 실점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선수들의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어 한번 실점하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H조에서 가장 낮은 57위다. 벨기에(11위), 러시아(19위)는 물론 알제리(22위)보다도 아래다. 우리 경쟁 상대들이 만만치 않은 실력자라는 말이다. 우리가 브라질이나 독일처럼 1~2골을 허용해도 2~3골을 넣어 승리할 수 있는 전력이라면 공격 위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우리 전력을 살펴본다면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승리의 방정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수비 불안이 노출된 점은 오히려 약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수비 조직력을 재정비하고 본선 경기를 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공격수의 수비 지원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주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는 게 경기다. 가나와의 평가전 결과로 인한 후유증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러시아와의 첫 경기는 오히려 우리에게 더 유리한 측면이 많다. 이번 월드컵은 무더위와의 싸움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후 여건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선수들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더 기온이 낮은 환경에서 뛰었다. 우리보다 체감적으로 무더위를 더 크게 느낄 것이다. 또 홍명보 감독이 러시아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홍 감독은 러시아 안지에서 코치 생활을 하며 러시아 선수들의 성향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러시아는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언제든 득점을 할 수 있어 선수를 철저하게 마크해야 한다.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다면 분위기를 그대로 알제리전까지 이어갈 수 있다. 알제리는 러시아와 성격이 전혀 다른 팀이다. 조직력보다는 개인기가 우월하다. 스피드가 좋고 몸동작이 화려하다. 홍 감독은 알제리전에서도 맞춤형 전략을 준비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벨기에는 H조에서 전력상 최강자이다. 선수들이 대다수 빅리그의 유명 클럽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아주 어려운 상대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분명히 기회는 올 것으로 본다.
우리 선수들에게 한 가지만 주문하고 싶다. 홍 감독이 말한 것처럼 태극전사 11명은 모두 원팀(one team)이다. 개인을 희생하고 팀 위주로 생각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우리 대표팀에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말도 나오는데 동의하고 싶지 않다. 선수 11명 모두 팀원인 동시에 리더다. 함께 뭉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밤잠을 설치며 태극전사를 응원할 국민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대표팀의 잘못된 점은 꼬집더라도 한 경기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미 장수를 세웠고 전사도 내보냈다.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K리그 상주 상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