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상처만 남은 기아차

[기자의 눈] 상처만 남은 기아차 김성수 기자 sskim@sed.co.kr “사측에 백지위임하거나 양재동 앞에서 깡통을 두드리며 구걸을 해도(이 정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100만원(격려금)이라고 해야 한달 잔업수당도 안되는 돈이다. 겨우 그것 더 받자고 난리(파업)를 친 것인지 부끄럽기 한이 없다” 올 들어 118시간에 걸쳐 파업을 벌였던 기아자동차 노조원들이 노사 잠정 합의안에 대해 털어놓는 푸념들이다. 올해 임금협상에 합의한 인상폭이 작아서다. 합의내용의 골자는 기본금 대비 5.2%(7만5,000원) 인상에다 생계비 부족분 150%, 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 지난해 인상률 5.5%(7만8,000원)과 성과급 300%, 격려금 200만원과 비교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이유다. 또 일부 노조원들은 “GM대우나 현대중공업만큼 월급을 올리지 못했다”면서 노조 집행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4분기 연속 적자라는 경영악화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뼈아픈 구조조정을 거쳐 실적개선을 거둔 GM대우와 비교해 임금이 적다는 주장이다. 이들 노조원들은 회사 실적은 안중에도 없다. 지난 4분기(96년 2ㆍ4분기~2007년 1ㆍ4분기) 누적 영업 적자가 2.312억원에 이르지만 노조와 회사는 별개라는 식이다. 더구나 올들어 118시간에 이르는 파업으로 회사 매출손실이 3,393억원(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 포함)에 달하지만 지난해 268시간과 7,300억원 손실과 비교하면 너무 빨리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낸 게 아니냐며 볼멘 목소리를 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의 이 같은 주장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임협기간 중 발생한 이랜드 비정규직 직원들의 농성과 기아차 노조의 파업이 오버랩되면서 여론은 싸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기아차의 한달 잔업수당도 안 되는 월급 80만~100만원을 지키기 위해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는 수모를 겪은 생계형 아줌마들의 울부짖음 앞에 기아차 노조의 주장은 배부른 투정에 불과했다. 기아차도 이번 임협에서 노조의 반감만 가중시켰다. 사측은 임협을 진행하던 지난 10일 노조에 인력 전환배치와 비용절감 등 고강도 고통분담안을 제시하며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노조를 압박하며 경영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진 것이다. 하지만 고통분담안을 발표한 지 단 하루 만에 사측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고통분담안은 중장기적으로 풀어나갈 과제라며 임협과 별도로 진행할 것이라는 변명만 나돌았다. 결국 노조의 반감만 사게 됐으며 승자 없는 싸움만 한바탕 벌인 셈이다. 아직 현대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남아있다. 승자 없는 싸움에 소모전을 벌이기보다 글로벌 경쟁력에 노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입력시간 : 2007/07/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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