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석연치 않은 국세청장 사퇴

정말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출입처의 수장이 명확한 이유도 없이 돌연 사퇴를 선언하고 다음날까지 기자단 어느 누구도 물러난 이유를 제대로 설명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것도 사정 기관의 핵심이라는 국세청장이. 이주성 국세청장이 사퇴를 공식적으로 알린 것은 지난 27일 오후5시30분쯤. A4 용지 한장짜리가 전부였다. 몇몇 핵심 인사는 사전에 알고 있었겠지만 정작 중ㆍ하위 직원들은 하얗게 얼굴이 질린 채 연신 “왜 그만뒀느냐”는 말만 서로에 되물었다. 국세청의 분위기는 그만큼 흉흉했다. 이 청장은 못해도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세청장회의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최근까지도 거듭 밝혀왔다. 외국계 펀드 세무조사 등 워낙 업무를 뚝심 있게 처리해 왔고 청와대와의 코드도 어느 누구보다 잘 맞춰왔다는 점에서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런 그가 백지 단 한장에, 그것도 인사 적체 해소를 이유로 그만둔다는 말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사퇴 이후 부동산 명의신탁 문제와 연결된 개인 비리설, 국장급 인사를 앞둔 시점과 결부시킨 내부자 투서설, 사퇴 발표 직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면담 사실과 연계된 외부 압력설 등 온갖 루머가 난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퇴 후 벌어지는 풍경은 이만저만 해프닝이 아니다. 일부 해석처럼 5ㆍ31 선거의 패배 이유가 부동산 문제였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면 이 또한 온당하지 않다. 정작 책임을 질 사람은 정책을 지휘한 청와대 라인과 경제부총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놔두고 난데없이 국세청장을 선거 패배의 속죄양으로 삼았다면 말 그대로 난센스다. 이 청장은 사임사 말미에 “조직의 신진대사를 통해 새 기운과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용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그가 그리던 ‘에너지’였나. 떠나는 사람에게 ‘답답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기자 스스로가 너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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