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재원의 I-월드] 의사를 벼랑 끝에 세우지 말라

[김재원의 I-월드] 의사를 벼랑 끝에 세우지 말라케네디가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일으킨 바람은 대단했다. 특히 유권자보다 언론을 겨냥한 듯한 공약의 제시는 참으로 신선했다. 『전쟁과 질병과 배고픔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내자!』는 구호는 미국뿐만 아니라 가난과 질병과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당시 모든 나라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케네디는 이 선동적이고 감동적인 슬로건을 민주당 정권의 주요정책사항으로 밀고 나갔다. 가장 현실적이고 큰 문제를 상대로 그는 암살당하는 날까지 싸우다가 간 대통령이었다. 내일 모레가 추석인데 아직도 끝나기는커녕 더욱 어렵게 엉켜가는 의료대란을 케네디라면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배고픔과 질병과 전쟁으로부터의 해방이야 말로 진정한 휴머니즘의 승리이다. 그 세가지가 인류의 가장 큰 숙제라면 전쟁을 막는 군인과 배고픔을 구제할 기업과 질병을 막는 의사의 기가 꺾이면 안된다. 한국의 의료대란은 바로 그 의사들의 기를 너무 많이 꺾어놓기 시작하면서 막이 올랐다. 군인이 기가 너무 꺾이면 전쟁에서 패배한다. 너무 심하게 기가 꺾이면 군인들의 일부는 구테타에 가담한다. 배고픔을 구제하는 것은 옛날에는 농업이었고 지금은 기업이다. 기업의 기가 꺾이면 그 나라 경제도 기가 꺾인다. 질병을 구제할 의사가 기가 꺾이면 자칫 국민의 건강에 이상이 온다. 의료대란이 길어지면 국민 전체의 평균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지금 15년이 걸려야 이루어지는 의사의 수입이나 프로페셔널리즘이 3년차 샐러리맨의 그것보다 우습게 취급받는 데서 오는 직업적 자존심 손상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해선 안된다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이 의사이다. 의사는 거리로 뛰어나와 투쟁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것은 생존권에 관한 것입니다』라고 의사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환자의 고통은 더욱 심화된다. 의사들은 지금 직업의 포기라는 벼랑 끝에 스스로를 세워 놓고 있다. 정부가 이것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의사들을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몰아서는 안된다. 기득권 세력이라 해서 공연히 소외시키고 증오하지는 않았는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되어 사이버 진료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청진기로 가슴을 짚는 의사의 손길에 거는 기대나 신뢰감은 아직도 절대적이다. 인터넷이 그야말로 세계적인 의사 소통 기구가 된다 하더라도, 질병과의 싸움에서 의사를 소외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추석선물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가 그것을 주었으면 한다. /코리아뉴스커뮤니케이션즈 회장입력시간 2000/09/07 11:1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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