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러시아 조사단의 조사를 사실상 막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지난 4일 국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침몰은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 조사단이 모든 증거 자료에 대해 접근하지 못했고 실험을 해보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그레그 전 대사는 외신 기고를 통해 "'믿을만한 러시아 친구들'로부터 답변을 들었다"면서 "러시아가 천안함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러시아의 조사 결과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주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방부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놨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조사단을 천안함 침몰 현장까지 안내하는 등 정보를 제공하려고 최선을 다했다"며 "합동조사단은 조사 결과 자료와 수중 폭발 시뮬레이션 결과, 정보분석 종합 결과 등 40종의 조사결과를 (러시아 조사단에)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 조사단이 천안함 선체 및 어뢰추진 동력장치에 대해 2회에 걸쳐 정밀조사를 했고 2003년 포항 앞바다에서 수거한 북한의 실험용 어뢰를 견학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그레그 전 대사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한국의 국제적 망신은 물론이고 국가신인도를 추락시키고 동북아 질서를 뒤흔드는 엄청난 국제적 사건"이라며 "정부의 명확한 해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의혹은 날이 갈수록 국내외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레그 전 대사의 주장에 대해 정부의 해명이 수반되지 않으면 의혹은 더 확산될 것"이라며 "정부는 천안함진상조사단이 조사한 모든 자료를 국회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박 의원이 그레그 전 대사를 국감 증인으로 책택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천안함 사건은 UN 의장성명 등을 통해 일단락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시 이를 끄집어내는 것은 국론을 분열하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