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예산안 지연통과 누가 책임지나

김민열 기자<경제부>

“2년째 재야의 종소리를 사무실에서 듣고 있습니다.” 기획예산처 예산 담당자들은 새해 첫날인 1일 사무실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여야가 지난 31일 자정에 임박해서야 예산안을 통과시켜 올해 사용할 정부예산의 부처별ㆍ분기별 자금계획을 짜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예산당국 등 정부 관리들의 마음은 더욱 바빠지고 있다. 예산안 늑장 통과로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예산집행 지연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1~2월 집행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지난해에도 예산안이 늦게 통과되면서 정부의 각종 사업과 일자리 창출에 막대한 차질이 생겼다. 과학기술부의 핵심연구개발사업의 경우 연구과제 공모와 선정작업이 늦어지면서 1ㆍ4분기 중 예산집행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산업자원부가 추진한 이공계 미취업자 현장연수사업에 따른 채용계획은 당초 선발목표가 6,000명이었으나 1ㆍ4분기 동안 85명을 뽑는 데 그쳤다. 정부가 계획한 각종 사업이 예산안 지연심의로 차질을 빚은 것이다. 이 같은 악순환은 새해에도 반복될 전망이다. 올 1ㆍ4분기 일자리 예산의 60%를 집중시켜 25만개의 신규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계획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정부의 예산확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지방자치단체의 추가경정예산을 짜야 할 형편이다.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이 확정돼야 지자체에서 지방비를 확정할 수 있는데 상당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사업은 올해 투자규모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는 달리 정치권은 마지막 날 예산안을 통과시켜 ‘준예산’ 편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막았다고 자위할지 모른다. 사회 각 분야에서 예산안 지각 통과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치권은 자성의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개혁법안 처리를 둘러싼 지도부 퇴진이라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예산처 관계자는 “12월 한달 동안 해야 할 작업을 밤을 새워서라도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가뜩이나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 증폭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경제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17대 국회가 새해에는 이념적 문제가 아닌 경제에 도움을 주는 곳으로 거듭나는지 전국민이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다시 한번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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