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정 주도 한나라당에 총리지명·조각권 부여

盧대통령 연정구상 뭔가<br>헌법 개정까진 안해도 선거법등은 개정 고려<br>'지역주의 타파' 논리속 與내부도 가능성 회의적


지난 6월24일 당ㆍ정ㆍ청 수뇌부 모인인 ‘12인회의’에서 처음 공개된 노무현 대통령이 구상 중인 연정론의 실체가 보다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노 대통령이 28일 밝힌 ‘연정 서한’은 노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 기질처럼 내용 자체도 파격적이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선거법 등 제도를 고친다는 전제 아래 권력을 한나라당에 이양하겠다는 헌정 사상 초유의 정치제안이다. 이 같은 구상은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라는 고전적 의미를 초월하고 있다. 대타협에 의한 정권교체다. 그러나 권력이 국민의 뜻인 선거를 통해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구도 타파’라는 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선거 결과를 무시해도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여기서 권력이양이란 곧 행정수반의 권한을 넘겨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연정을 주도하는 한나라당에 총리지명권과 조각권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현재의 책임총리제는 동거정부에서의 총리제 시험과정쯤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연정이라는 수단을 통해 권력구조를 프랑스식 동거정부제(co-habitation) 내지 준내각제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노 대통령은 서한에서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연정은 대통령 권력하의 내각이 아니라 내각제 수준의 권력을 갖는 연정”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청와대는 그러나 헌법개정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총리간의 권한 이양은 운영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총리 임명권자이지만 지명권을 한나라당에 부여하고 대통령은 이를 수락하면 그만이라는 설명이다. 조각권도 마찬가지다. 현행 헌법상 총리는 장관의 제청권자인데 총리가 추천하는 장관을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만 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헌법까지 바꿀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대통령과 총리간의 역할분담과 관련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대통령과 총리가 타협하고 협의해 국정을 함께 이끌어나가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이토록 연정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노 대통령은 서한에서 “지역주의 극복은 정치 생애를 건 목표이자 대통령이 된 이유”라며 “정권을 내놓고라도 반드시 성취해야 할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연정구상 첫 서신에서 언급한 ‘비정상적인 정치구도’가 뿌리깊은 지역주의에서 연유하기 때문에 대통령ㆍ열린우리당ㆍ한나라당 모두 기득권을 내놓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기득권을 내놓는 조건으로 선거법 개정을 제시했다. 현행 1구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중대선거구제 또는 비례대표제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문이다. 노 대통령의 연정론은 그러나 어디까지나 구상일 뿐이다. 연정 파트너인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의 거부감이 심하다. 열린우리당 내부조차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권력을 그렇게 쉽게 내놓을 바에 왜 집권했냐는 반발이 적지않다. 가능성은 낮지만 설령 여야가 선거법 개정과 동거정부 구성에 합의하더라도 이념과 정책방향에서 큰 차이가 나는 동거정부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따로 놀아 국정혼란과 정책혼선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참여정부가 탄핵세력과 한배를 탄다는 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의 연정구상은 야당의 반발 내지 무반응으로 당장 이슈로 등장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잔여 집권기간 내내 정계개편을 언제든 촉발시킬 시한폭탄으로 잠복할 전망이다. 지난 6월24일 당ㆍ정ㆍ청 수뇌부 모임인 ‘12인회의’에서 “연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연정 필요성을 언급한 후 노무현 대통령은 연정구상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노 대통령은 ‘12인회의’에서 첫 언급한 후 6월27일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을 필두로 이날 서한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자신의 구상을 담은 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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