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ㆍ일發 금융위기 가능성

日 총체적위기 우려 확산…동亞 브라질 러까지 확산 조짐세계 금융시장이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발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2일 1만2,200선마저 무너뜨리며 16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엔화마저 달러당 120엔대로 떨어지는 등 일본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말 5% 이상 폭락한 나스닥지수는 이날 선물지수가 30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2,000선마저 지키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일어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증시의 분위기를 짓눌렀다. 전문가들은 미ㆍ일의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전세계 경제의 동반추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한국ㆍ타이완ㆍ타이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대일ㆍ대미 수출감소, 주가 및 통화가치 폭락, 일본 투자자본 이탈 등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붕괴 직전의 일본경제 일본이 10년 장기불황을 마치고 회복세에 들어섰다던 정부당국자와 이코노미스트들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일본경제는 바닥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에도 일본경제를 간신히 떠받쳤던 수출이 지난 1월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며 무역수지 또한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다 경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민간 부문의 소비심리는 계속 위축되고 있고 산업생산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여파로 올 1ㆍ4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3ㆍ4분기에 이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리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시장조사기관인 NLI 리서치는 12일 지난 1, 2월 일본경제가 수출감소에 영향받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추정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경제의 모멘텀이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소멸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재정성도 이날 올해의 성장률 목표인 1.7%를 달성하기 힘들 것 같다고 실토한 상태다. 위기의 와중에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가 이끄는 '식물내각'은 리더십을 완전히 상실했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고 기준금리도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0.15% 수준이어서 재정 및 통화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전히 불안한 미국 미국경제를 압박하는 '나스닥지수 1,000포인트대 진입'이라는 악몽이 미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주 나스닥지수의 반짝 상승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인텔ㆍ야후 등 첨단기술기업의 실적악화 문제는 당분간 증시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실업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 지속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12일 나스닥100 선물지수는 급락했다. 미 증시 추락으로 소비심리가 급랭, 미국이 90년대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허덕일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출렁이는 이머징 마켓 전세계가 금융한파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이머징 마켓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엔화가 급락하면서 중국ㆍ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지역의 최대 자본투자국인 일본 금융기관들이 서둘러 자본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12일 일본의 위기가 한국ㆍ타이ㆍ인도네시아를 넘어 브라질ㆍ러시아 등 전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경제가 무너질 경우 이머징 마켓 국가들이 수출감소, 외자유치 어려움 등으로 97~98년과 유사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국제전략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셔먼 캐츠는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고 전제한 뒤 "일본경제의 붕괴는 아시아는 물론 미국에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ㆍ달러 환율전망 외환딜러들은 엔화가 약세를 지속할 경우 원화약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 원 약세의 속도와 폭에서는 엔과 차이를 둘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외환시장에서는 엔ㆍ달러 환율이 120엔대로 올라가자 원ㆍ달러 환율도 큰 폭 상승, 한때 1,280원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딜러들은 엔ㆍ달러가 120.6엔대까지 오른 상황에서도 국책은행 개입, 원화환율 급등에 부담을 느낀 매도세 등으로 1,280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엔화약세에 따라 원화약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약화의 폭과 속도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이며 따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의식기자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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