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북한의 대남 협박/유석열 외교안보연 교수(시론)

○실리노린 벼랑끝 외교지난 2일 북한인민무력부 판문점 대표부의 공개협박이 있은 후 북한은 노동신문과 유엔을 통하여 연이어 협박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백배천배로 보복하겠다」는 북한의 협박이 있은 직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최덕근 영사가 피살되고, 캄보디아 한국상사원이 피격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터이다. 그동안 북한이 이런 식으로 우리를 협박한 것은 한두번이 아니지만 실제도발로 이어진 것은 지난 여름 비무장지대 무장병력 침투와 군사분계선을 넘는 경우였다. 이번에 북한이 협박을 하면서 「가까운 시일안에」를 강조한 것은 북한이 어떤 모양으로든지 무력도발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북한이 이 시점에서 대남협박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무엇보다 북한은 대남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기왕에 공개된 상황에서 한국의 「북침작전계획」때문에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어 있음을 부각시켜 미국와 고위층 군사회담을 갖고 이를 미북평화 협정체결로 발전시키려는 계산이다. 둘째는 한국의 대북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정치·경제·군사·외교 등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처해 주변국들의 지원이 절실한 시기이다. 이런 때에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관련하여 한국정부의 대북강경정책 선회 발언과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모험주의에 대한 규탄은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킨 것이다. ○대미 직접협상이 목적 지난 2일 우리측 국회의원들에게 팩스를 보내 「남조선의 강경대응은 우리와 전쟁을 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협박한 것도 결국 국회를 통한 정부의 강경대응책을 변화시키려는 계산인 것이다. 그러한 협박적인 발언을 통해 한국의 대북 유화적 태도변화를 유도하는 경우, 강릉해안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문에 국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현재의 사면초가 국면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고조가 클린턴 미대통령의 선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므로 미국도 한국의 강경노선을 완화시키는데 앞장서 달라는 압박전술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는 등 「벼랑 끝 외교」가 미국 등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동시에 상당한 실리도 챙기는 등 상황을 반전시켰던 경험이 있다. 셋째, 이보다 근본적인 것은 북한이 무장공비를 동해안에 침투시킨 목적이다. 국방부는 무장공비의 침투목적이 차후 중대한 대규모 도발을 시도하기 위한 사전계획 수립과 그 가능성 타진, 잠수함 등을 이용한 대량침투 방법시험 및 여건 확인, 그리고 비행장·항만·레이더기지 등 주요 시설물 정탐이라고 밝혔다. ○남한사회 혼란 의도도 사실상 최근 들어 북한은 한총련 연세대 점거폭력사건·위기적 경제상황 등을 과대평가, 한국의 현정부가 전복될 가능성에 대해서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총선기인 97년 봄을 겨냥해서 노동자들의 임투, 한총련의 반정부 투쟁을 유도하고, 고정간첩들과 무장간첩들로 하여금 요인암살, 납치, 방화, 살인 등으로 한국사회를 극도로 불안케 하면 그들의 전략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잠수함 활동이 편리하고, 동해안과 이어지는 태백산맥 줄기의 산악지대를 대규모 침투통로로 활용할 수 있는 강릉지역을 단시간내에 기습·공격함으로써 한국사회의 혼란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은 무장공비의 침투가 노출되어 실패하는 경우라도 한반도의 긴장조성으로 북한내부의 효과적인 통제, 미·북한 평화협정의 필요성 제고, 한국의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조성, 미국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4자회담 거부, 그리고 한·미 이간을 통한 실익 추구 등 정치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최선책은 단호한 대응 앞으로 북한은 그들의 1차 침투가 실패함에 따라 대남보복 협박에 대한 강도를 높이면서 미·북한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한 군고위층 접촉을 시도할 것이 예상된다. 한편 그들의 보복협박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 비무장지대 무장병력 침투 및 월경, 서해안 무력도발을 포함해서 국지기습도발, 여객기나 어선납북, 해외교포, 주재원 상사원 및 공관원에 대한 테러, 간첩 및 남파된 무장공비에 의한 주요시설 폭화·방화·납치·암살 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북한의 보복협박이나 무력도발 행위에 대해서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강경대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를 통한 남북문제를 풀기로 정책을 수정한다면 북한이 당면한 총체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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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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