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AIDS), BㆍC형 간염, 말라리아에 오염된 혈액을 유통시킨 대한적십자사 산하 전국 혈액원 관계자가 무더기 사법처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성시웅 부장검사)는 잘못된 헌혈검사와 혈액관리로 부적격 혈액을 유통시킨 전현직 중앙ㆍ지방혈액원장과 직원 등 27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및 혈액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오염된 혈액을 수혈받아 AIDS에 감염된 사람은 현재까지 6명, 간염을 얻은 사람은 8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말라리아 감염 혈액을 수혈받아 4명이 감염됐으며 매독균에 감염된 혈액도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같이 부적격 혈액이 유통된 것은 전국 혈액원의 혈액관리 및 유통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부 채혈직원은 간염에 걸려 헌혈유보군자로 등록된 헌혈지원자의 과거 헌혈 경력을 조회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절차도 밟지 않았다. 여기에 검사과 직원들도 검체를 뒤바꾸거나 플레이트 순서를 바꿔 검사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검찰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4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접수, 지난 1월부터 6개월여에 걸쳐 공소시효 기간 내인 99년 이후 수혈용으로 유통된 혈액 관리실태를 수사해왔다.
한편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이번 수사결과는 실무자들에게만 책임을 물었을 뿐 관리감독자인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나 보건복지부ㆍ질병관리본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이 없다”며 “‘혈액파동’에 대해 정부기관이 책임을 면하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