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자가 연간 12만명을 넘어서며 양산되면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신용불감증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조 주변에는 개인파산을 부추기는 브로커들이 연간 1,0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며 탈법ㆍ편법 파산을 부추기고 있다. 개인파산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의 문제점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50대 김모씨는 파산을 신청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을 찾았다. 전봇대에 붙은 광고는 ‘파산ㆍ면책 대행. 50만원’이었다. 광고를 보고 그들을 만난 곳은 한 커피숍. 서류와 계약금 30만원을 건네줬다. “염려 말라.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겠다”는 말만 믿었던 그는 몇 주 후에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 사건은 접수가 안 돼 있었고 연락은 두절됐다. 낮은 비용에 속았던 것이다. 20대 이모양은 인터넷을 통해 ‘파산비용을 지원해준다’는 곳에 전화를 걸었다. 소송비용을 지원해준다며 소개해준 법무법인이 절차를 밟도록 대행해줬다. 상담 후 비용을 줄 테니 텔레비전ㆍ냉장고 같은 유체동산을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판 돈으로 비용을 지급하고 텔레비전ㆍ냉장고에 대한 사용료를 내도록 했다. 소송비용을 대주고 연 30%대의 이자를 챙긴 것이다. 두 달 동안 사용료를 못 냈더니 물건을 가져가겠다는 협박을 심하게 당했다. 법원이 파산 활성화를 위해 신청절차와 서류를 간편하게 하고 면책 허가율을 99%까지 올리며 문틈을 넓혀주자 편법ㆍ불법으로 사기 파산을 부추기는 브로커도 생겨났다. 파산이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도 200만원대에서 70만원대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채무자의 절박한 상황과 경제적 약점을 악용한 사기도 늘고 있다. 한 파산전문 변호사는 “개인파산이 크게 늘면서 법원에 카드사용 내역서를 내지 않아도 되고 심문절차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5분 이내에 개인파산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절차가 간소화됐다”며 “브로커 중에는 이를 악용해 진술서를 허위로 대신 써주거나 채무금액을 허위로 올리는 등 사기파산의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이 “금액이 적으면 ‘돈 벌어서 갚으라’며 파산 결정을 안 내려준다”며 “외삼촌 등 아는 사람에게 허위로 차용증을 만들어 채무금액을 올려서 파산 면책을 받으라”고 한다는 것이다. 또 개인회생은 소득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허위로 재직증명서와 소득확인서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한 신용정보회사 관계자는 “40대 김모씨가 채무변제를 위해 개인회생 선고를 받았다고 해서 직장을 찾아갔지만 재직한 사실이 없었다”며 “개인회생 신청을 위해 지인에게 부탁해 허위로 필요서류를 발급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파산제도를 악용해 면책을 받는 사례도 발견된다. 법원이 개인파산 신청자에 대한 재산내역만 확인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족 명의로 돌린 후 파산을 통해 면책을 받는 것이다. 연금을 받는 유명 육상선수의 아내는 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고 4,000만원을 갚지 않았다. 이후 본인 명의의 주택을 경매로 모친에게 넘긴 후 2006년 10월 파산과 면책을 통해 채무를 탕감받았다. 남편이 젊고 연금도 받지만 아내는 돈을 갚지 않고 파산을 선택했다. 원금 1,700만원을 갚지 않은 김모씨도 배우자의 명의로 돼 있던 부동산을 경매를 통해 모친에게 넘긴 후 본인의 아들에게 증여하도록 했다. 김씨는 파산ㆍ면책 결정을 통해 채무를 면제받았다. 50세 이모씨도 미혼 딸의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한 후 파산을 신청해 면책을 받았다. 개인파산이 활성화되면서 이를 악용해 빚 갚기를 거부하는 채무자가 늘고 있다. 신용정보업계에서는 지난해 채권 회수율이 평균 30% 이상 하락했다고 하소연한다. 한 신용정보 관계자는 “파산을 신청 중이라고 하거나 개인회생을 준비 중이라며 채권추심을 회피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버티면 되는데 뭣하러 갚냐, 갚는 사람만 바보 아니냐는 생각이 늘면서 채권회수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들은 소비자 파산이 양산되면서 신용불량자를 걸러내기 위해 채무자 감시를 강화, 오히려 서민대출이 어려워지는 역기능도 낳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개인파산제도는 신용불량자가 금융기관의 빚을 더이상 갚지 않아도 되는 탈출구를 제공하므로 앞으로 더 신중하게 신용대출을 줄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채무자 감시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