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한국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나라를 이끌어야 할 정치권은 모리배나 다름없는 모습을 드러내며 법질서까지 파괴하고 있고, 행정부도 작년말부터 어느 장ㆍ차관이 이번 총선에 나간다느니 하며 잦은 인사와 선거전략으로 구심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치판을 개혁한다며 낙천ㆍ낙선운동을 전개, 새로운 불신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오는 4월15일까지 이 같은 갈등구조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온 나라가 정치놀음에 휩쓸려 사분오열(四分五裂)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침체탈출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경제도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조합과 기업, 정부가 모처럼 합의한 노사정 대타협의 정신이 경기활성화로 연결되기도 전에 정치 열풍에 휩쓸려 소진되고 말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 사회가 내홍(內訌)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선진국은 물론 후발국까지 잰걸음으로 앞서가고 있다. 미국경제는 올해 4.6%에 이르는 고성장을 이루며 세계경기의 회복을 이끌 전망이다. 일본은 완연한 경기회복기에 진입했으며 중국경제는 올해도 8.5%라는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각국의 성장률은 평균 7.3%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9일 국가적 현안인 칠레와의 FTA(자유무역협정)와 이라크 파병동의안 처리를 또다시 연기한 채 구속수감중인 서청원 의원(한나라당) 석방결의안을 의결하는 뻔뻔함을 드러냈다. 김갑배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는 “국회가 법원의 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석방결의안을 의결한 것은 권한의 남용행위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국회가 9일 다수의 횡포를 부리는 동안 의사당 밖에서는 수만명의 농민과 이라크 파병 반대자들의 집회가 과격하게 진행돼 최루탄이 난무하는 혼란과 무질서가 빚어졌다. 나라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국민이 모두 제몫늘리기에만 혈안이 돼 결국 한국은 갈갈이 찢겨지고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다. 이미 국제사회는 한국을 못믿을 나라라고 인식해가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말이 공허한 메아리지만 다시 한번 `이대로는 안된다`를 외친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