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적자로 인상 불가피" vs "부실경영 떠넘기기"

[카드 '수수료 분쟁' 다시 점화]<br>카드사 "밀어붙이기"에 가맹점 공동대응 모색<br>분쟁 장기화 가능성속 카드 취급중단 우려도

올초부터 끊임없이 오르내리던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 문제가 마침내 본격적인 분쟁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카드업계에서 회원 수 1위인 비씨카드가 유통업계의 대표격인 이마트에 2배 이상의 수수료율 인상안을 들이밀었다는 사실은 양측의 협상결과가 다른 업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관련 업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카드사와 가맹점간의 수수료 분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과거의 경우 가맹점측이 카드사측에 인하를 요구, 가맹점이 주도권을 행사했던 데 비해 이번 사태는 카드사가 먼저 가맹점에 인상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즉 최근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더 이상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비씨카드를 선두로 분쟁에 시동을 건 셈이다. 3년 전 백화점 대형 3사가 주도해 수수료율 인하를 추진했던 당시에는 인하폭이 기존 3%에서 2.52~2.7%로 0.3~0.5%포인트 수준이었던 데 비해 이번에 비씨카드사가 요구하는 인상폭은 현행 수수료율의 2배 이상이라는 점도 카드사의 단호한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밀어붙이는 카드사= 신용카드사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이겨내기 위해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더욱이 카드사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현금서비스 비중이 크게 줄어들자 그동안 적자를 감내했던 수수료의 인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비씨카드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ㆍ까르푸 등 대형 할인매장의 경우 수수료율이 1.5%에 불과해 적자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며 “수수료율을 올리지 않으면 카드사들이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씨카드의 경우 대형 할인매장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에 달하는 큰 가맹점이어서 다른 가맹점에 비해 훨씬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해왔다. 다른 카드사의 한 관계자도 “금융비융, 프로세싱비용, 연체나 대손충당금 조달에 따른 비용 등 원가 비중이 매출의 4~5%에 달하는 상황인데도 수수료율은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씨카드의 경우 지난 7월1일부터 200만개 가맹점 가운데 1만3,000개에 대해 1차적으로 2.5~4.5%였던 수수료율을 5.5%로 일괄 인상했다. 이들 가맹점은 미곡상ㆍ금은방 등 소형 가맹점이지만 최근 가맹점 관리비용이 급상승해 우선적으로 수수료율을 인상했다고 비씨카드측은 설명했다. ◇공동전선 모색하는 가맹점= 유통업체를 비롯한 가맹점들은 카드사들이 과도한 팽창전략으로 불량회원이 증가해 부실경영을 자초했으면서 가맹점 신용판매 수수료율을 인상시키는 손쉬운 방안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그렇지 않아도 내수업종의 시름이 깊은데 수수료까지 인상할 경우 소비부진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이미 백화점ㆍ슈퍼마켓ㆍ편의점ㆍ전자상거래ㆍ음식업ㆍ숙박업 등 30여개 관련 단체들은 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를 구성, 대응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로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일부 단체의 경우 집단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경배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지금 같은 불경기에 카드사가 수수료를 올려도 바로 가격인상으로 연결시킬 수 없는데 그렇다면 결국 자영업자들의 갈 길은 도산밖에 없다”면서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공동대응으로 맞서겠다“고 설명했다. ◇분쟁 장기화 가능성=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설 경우 분쟁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기가 단기간 내 살아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시점에서 분쟁이 발생, 어느 한쪽의 양보를 쉽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2000년 백화점과 카드사 분쟁 때 백화점들이 10여일간 비씨카드 취급을 중단하는 초강수 전략을 폈다”면서 “이번에도 특정카드 취급 중단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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