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승리와 패배의 기록:2(최명재의 인생 도전)

◎한달간 신문광고 공세에 소보원 “명예훼손” 고소/“진실 밝히는 자구책” 항변불구 불구속기소 신세89년 9월 소비자보호원은 파스퇴르유업을 춘천지검에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8월22일부터 한달간 일간지 광고를 통하여 대대적인 인신공격형 비방을 해 소비자를 크게 오도시켰으며…」 하는 구절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최 회장은 검찰에 출두했다. 담당검사가 물었다.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이 오랜 기간에 걸쳐 실험한 끝에 발표한 결과에 대해 이의가 있으면 같은 실험을 하여 과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옳은 말씀이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런데 광고를 통해 국가기관의 전문가에게 「당신은 대학 1학년의 실습생이냐」고 비아냥거리면 그게 명백한 명예훼손이 된다는 것을 몰랐습니까? 알고도 의도적으로 그랬습니까?』 『만약 그 사람들이 했다는 실험과 그 결과의 발표내용이 분명히 과학적이라면 나는 그들의 명예를 훼손했을 것이오. 그러나 그들의 실험이 과학을 위장하여 나와 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행한 것이라면 내가 한 대응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자구책일 것입니다.』 『그들의 발표가 비과학적이라는 증거가 없잖습니까.』 『모든 연구와 실험 결과 파스퇴르우유와 기존 우유 사이에는 영양가나 품질에서 분명 차이가 났습니다. 문제는 그 차이를 「대수롭지 않다」고 보는 해석과 평가에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산삼과 인삼을 놓고 분석해도 성분에 대단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 그것이 산삼과 인삼을 갈라놓는 본질적인 차이인 것입니다. 우유도 그와 같습니다. 유익한 세균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인데 이것은 쏙 빼놓고 쓸데없이 비타민이 어쩌구, 단백질이 어떻고 하는 것이 과학적인 태도라고 보십니까?』 『그런 주장은 증명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왜 못해요. 우유에 함유된 유익한 균의 함량을 조사하는 것은 너무나 간단한 문젭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먹혀들 리 없었다. 최 회장은 법정에 서거나 검찰에 출두하여 신문을 받을 때마다 『법조인들의 자질이 이래서는 안된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검사나 판사들도 자신이 맡은 사안에 대해 전문가 이상의 연구를 해야 하는데 최회장이 만났던 검사나 판사들 중에는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춘천지검은 반년 동안의 조사 끝에 90년 2월28일 최회장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춘천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이청 작가>

관련기사



이청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