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국농업과 블루오션

박홍수 <농림부장관>

최근 한 경영전략에 관한 책이 화제다. 세계적인 경영학자로 평가받는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가 쓴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이미 세상에 알려진 시장공간을 의미하는 레드오션(Red Ocean)을 벗어나 현존하지 않는 미지의 시장인 블루오션(Blue Ocean)을 창출해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레드오션에 빠진 기업들은 치열한 기존 경쟁시장 질서 안에서 방어적 포지션을 구축해 경쟁자를 누르려는 전통적 접근법을 추구하는데 레드오션에서의 시장점유율 획득은 새로운 부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간 부를 재분배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반면 블루오션 전략을 취하는 경영자는 경쟁자를 이기는 데 집중하는 대신 고객중심ㆍ가치혁신의 관점에서 기존 시장의 구조와 경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경쟁 시장공간을 창출, 기업이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논제로섬(Non Zero-Sum) 게임을 하도록 도와준다. 한국농업은 지금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현재 우리 농업의 국내외 시장상황을 볼 때 레드오션하에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공급과잉으로 농산물 가격이 충분히 보장되기 어렵고 WTO/DDA협상,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국내 농산물 시장의 경계는 더욱 좁아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붉은 바다 속에서 솟아나는 우리 농업의 푸른 물줄기들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그리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도라지를 건강가공식품으로 만들어 수십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농업인, 한철 먹을거리에 불과하던 고구마의 저장기술 개발로 연중 싱싱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일반 고구마보다 2~3배 높은 가격을 받는 농업인, 개당 300원 정도인 떫은 감을 단단한 홍시로 가공해 개당 3,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농업인도 있다. 또 어느 작목보다 경쟁이 치열한 쌀의 경우에도 국내 최초로 인터넷 쌀 판매를 시도, 인터넷에서 소비자가 직접 선택한 쌀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도정하고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시간에 쌀을 공급해 성공한 농업인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물론 이들의 모습이 우리 농업 전반을 대변해주지는 못한다. 어쩌면 이들은 소위 ‘대한민국 1%’에 해당하는 특수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의 성공을 통해 희망을 본다. 농업을 통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같은 품목을 동일한 면적에 재배하더라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에 이르기까지 소득격차가 있다고 한다. 무엇 때문일까. 결국은 사람의 노력과 의지 차이이다. 블루오션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농업인들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블루오션으로 향하는 길이 보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간헐적인 물줄기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푸른 물줄기들이 서로 합쳐져 거대한 해류를 이루고 이들이 조금씩 바다 전체를 푸르게 만들 것이다. 이것이 한국농업의 희망이자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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