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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ADHD 오해와 진실(4)

김봉수 (김봉수 학습클리닉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TV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해 다룰 땐 주로 산만하고 난폭한 아이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ADHD 하면 산만하고 난폭한 아이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즉 얌전한 ADHD도 있다.

본원에 내원한 초등학교 2학년 다희는 평소 성격이나 행동이 얌전한 아이였다. 성적도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물론 수업 중에 딴 생각을 하고 실수로 아는 문제를 틀릴 때가 많아서 부주의하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준비물이나 과제물을 잘 챙기지 못해서 선생님께 혼나는 경우도 있었고 과제를 시간 내에 마무리하지 못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눈에 띄게 행동이 산만하지도 않았고 성적도 괜찮아서 부모는 다희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온 후 다희의 성적이 중하위권으로 떨어지면서 학습에 대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으나 성적이 오르지 않아 점차 학습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필자의 클리닉을 소개 받고 방문하게 됐다.


집중력검사ㆍ지능검사ㆍ뇌기능검사ㆍ정서검사를 실시한 결과 다희의 지능은 아이큐 102로 평균수준이었다. 하지만 집중력검사에서 주의력 저하, 뇌기능검사에서 전두엽의 기능저하를 시사하는 소견과 함께 정서적으로 약간의 우울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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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희의 경우처럼 과잉행동을 보이지 않고 집중력만 떨어지는 형태의 ADHD를 부주의형 ADHD라고 한다. 부주의형은 공부할 때 딴 생각을 많이 하고 아는 것도 실수로 틀리는 경우가 많으며 정리정돈을 못하고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느리고 게을러 보이는 경우가 많고 1시간에 할 수 있는 과제를 2~3시간 붙들고 있기도 한다.

만약 자녀가 공부를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면 한번쯤 ADHD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무조건 혼내거나 다그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ADHD 아동은 주의집중과 관련한 뇌기능, 특히 전두엽 문제로 집중이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를 잘하고 싶어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좌절할 필요는 없다. ADHD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치료를 잘 받으면 집중력이 향상되면서 학습능력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아이의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ㆍ행동치료ㆍ심리치료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다. 이 중 약물치료는 ADHD 질환의 기본적인 치료방법으로 대부분의 경우 빠른 시간 안에 높은 치료효과를 보인다.

다희의 경우도 상담 및 검사를 통해서 ADHD로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비롯해 인지행동치료 및 집중력훈련을 실시하면서 성적이 점차 오르기 시작했다. 평소에 자신감이 없고 위축돼 있던 마음도 공부에 대한 성취감을 맛보면서 점차 회복됐고 정서적으로도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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