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타? 구원투수? 캐스팅 논란, 왜 민감할까


SBS 수목미니시리즈 <나쁜 남자>(극본 김재은ㆍ연출 이형민)의 여주인공 캐스팅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나쁜 남자>의 출연 제안을 받았다'고 밝힌 배우 박주미의 발언에 대해 현재 <나쁜 남자>에 출연 중인 오연수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결국 박주미가 공개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캐스팅이 얼마나 민감한 일인지 새삼 알 수 있었다. 오연수는 박주미의 발언을 두고 "매너 없는 행동"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오연수의 반응은 전적으로 옳다고 볼 수 있다. 박주미의 발언은 자신이 고사한 작품을 다른 배우가 선택했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오연수가 '대타'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사실상 대타는 없다. 대부분 드라마 제작사는 수많은 배우들을 물망에 올려놓고 섭외를 시도한다. 그 명단에는 내로라하는 배우의 이름이 즐비하다. 우선 순위를 두는 배우는 있지만 섭외 '1순위'를 캐스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 이후 대부분 외주 제작사가 이민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됐다. 하지만 그의 몸은 하나다. 모든 작품에 출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민호 외에 다른 배우들이 대타라고는 할 수 없다. 동일선상에 두고 출연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제작사 내부적으로 캐스팅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누군가와 먼저 접촉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돌면 캐스팅하는데 애를 먹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출연한다고 구두 계약까지 마쳐도 계약 당일 배우가 마음을 돌릴 수가 있다. 때문에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까지 캐스팅 기사가 나오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출연을 검토 중이던 작품을 두고 'OOO이 출연하려다 말았다'는 말을 듣고 좋아할 배우가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부분 제작 관계자들은 "결국 배우하기 나름이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방송돼 큰 인기를 얻은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양봉순' 역은 당초 오현경이 출연한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오현경이 출연을 고사하며 박주미가 거론됐다가 결국 이혜영의 품에 안겼다. 이혜영은 열등감과 질투심에 사로잡힌 양봉순 역을 효과적으로 연기해 2009 MBC 연기대상에서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대타'가 아니라 '구원투수'였던 셈이다. 또 다른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배용준을 한류스타로 일군 드라마 <겨울연가>의 캐스팅 제안을 류시원이 먼저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배용준을 대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배역을 스스로 잘 선택하는 것 또한 배우의 능력이다. 때문에 이미 출연을 고사한 작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 행동이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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