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뉴욕증시의 초점은 12일로 예정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맞춰져 있다. 월가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거나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FOMC의 발표문이다. 지난번 두번의 FOMC 발표문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번에는 그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의 증거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디플레이션보다는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경제전문 주간지인 배런스지는 이번 회의에서 FRB가 “미국 경제 활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문구를 넣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FRB가 공식 문서에서 경기 회복을 언급할 경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난 3월부터 뉴욕 주가는 황소장세(bull market)를 형성했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주가에 상당히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FRB의 낙관론은 평균적으로 주가가 가장 불안했던 8~9월에 주식시장을 안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FRB 발표문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장은 채권 시장이다. 미국 국채(TB) 시장은 지난 5월 FOMC에서 디플레이션 위협을 강조한 이후 폭등했다가 6월 FOMC에서 그 가능성을 낮춰 발표하면서 폭락세로 돌아섰다. 이번에 경기 회복을 제기하며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할 경우 TB 시장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0년 만기 TB 수익률은 한때 3.15%까지 하락, 45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가 이달초 4.4%까지 폭등, 한달여 사이에 무려 1.25% 포인트 상승하는 변동성을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지난 주 TB 10년물 수익률이 4.27%로 안정감을 보였지만, 이번 주 FOMC 발표에 따라 그 방향이 어디로 갈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채권시장 폭락은 시장 금리를 상승시켜 기업의 자금 조달 코스트가 올라가고 부동산 금융 비용을 높여 미국 경제 회복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증시에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채권시장 움직임에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이 때문이다.
요즘 뉴욕 증시는 한산하다. 펀드 매니저들의 상당수가 여름 휴가를 떠나고, 증시에 영향을 미칠 중요 변수도 거의 없다. 거래량도 평상시보다 적다. 아주 좁은 폭의 박스권을 움직이는 횡보장세가 오래 지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주 뉴욕 증시에 다우존스 지수는 5영업일 동안 0.4% 상승하고 S&P 500 지수가 0.3% 하락하는 등 블루칩 지수들이 정지한 듯 소폭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나스닥 지수는 4.2% 하락했다. 반도체를 비롯, 기술주들이 영업수익 개선에 비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시스코 시스템스등 기술주의 선도 종목들의 수익이 예상 이하로 나왔기 때문이다.
2ㆍ4분기 어닝시즌이 거의 마무리하고, 이번 주에는 소수의 기업이 실적을 공개한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엘파소
▲페더레이티드 디파트먼트
▲티파니
▲월마트
▲델
▲콜스
▲타깃등 주로 소매 판매점들이 몰려 있다. 지난 7일 발표된 소매매출 통계를 보면 미국의 소매판매점들이 7월에 전년 동기대비 4.3%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측한 3% 증가보다 높은 것으로, 13개월만의 최고 증가율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연방정부가 7월부터 가정에 돌려준 세금 환급분을 들고 쇼핑몰에서 옷과 가전제품을 더 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매업체들은 새학년이 시작되는 8월의 판매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에 발표될 소매판매점들의 실적도 상당히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지표로는 7월 도매 및 소매물가지수, 미시건대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최근 거시 지표들은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지난 주 통계를 보면 6월 도매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1.5% 증가, 14개월만에 가장 좋은 기록을 보여줬다. 지난 2ㆍ4분기 미국의 노동 생산성은 전년동기보다 5.7% 증가했다. 이는 1ㆍ4분기의 증가율 2.1% 높게 나온데다 9개월만의 최고를 기록,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뒷받침했다. 미국의 생산성 상승은 노동 인력을 줄인 데서 나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주간단위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가 이번 주에 3,000명 감소한 39만명으로 40만명 이하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 수익과 거시 지표 호조로 증권펀드등에 예탁금이 증가하고 이 자금이 주가를 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