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양측의 법 개정사항은 어느 정도 될까. 우선 미국은 법 개정사항이 없거나 있더라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자국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미국 측은 확고한 자국의 통상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FTA로 인해 노동ㆍ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법 개정 규모는 시민단체와 정부 추산이 크게 다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최소 170여개 법안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순수하게 미국 측의 요구에 의해 개정하는 것은 20여개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선 미국 측은 FTA로 인해 굳이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기간 내내 미국은 ‘법 개정은 안된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때문에 법 개정이 전혀 필요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역구제 분과에서 양국이 설치하기로 합의한 ‘협력위원회’도 현재로서는 법 개정 없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측은 또 이번 FTA 적용 대상을 중앙정부로 한정하기로 하는 등 법 개정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적잖은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도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FTA가 국내 불필요한 규제를 수정,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법 개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음을 내비쳤다. 법 개정항목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170여개로 보고 있다. 한미 FTA 상충 법률을 조사한 결과 국내 총 법률 1,163개 중 무려 15%에 달하는 169개 법률이 부딪힐 우려가 있다고 제시한 상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이는 과장된 수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169개에는 우리가 요구한 내용을 위해 개정해야 할 법까지 포함돼 있다”며 “이런 것들을 제외하면 (미국측 요구로 인해)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은 20여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즉 순수한 미측 요구 수용으로 바뀔 법은 20여개이지만 한미 FTA로 인해 바뀔 법은 이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구체적 규모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분과별 협상내용을 분석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재서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노동ㆍ환경 분야에서 공중의견제출제도 도입 등에 따라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농업 분야에서도 농업개방 문호 확대에 따라 축산법ㆍ농업농촌기본법 등 일정 부분에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동의명령제 도입을 양국이 합의, 공정거래법도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양국은 또 법 운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우리 입법예고 기간을 늘리기로 했으며 이에 맞춰 관련 법 개정도 예고돼 있다. 금융 고객 정보의 해외 이전 등 금융정보 교환에 따라 금융감독기관 관련 법도 일정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