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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판 'KB사태' 오나
선임때 산업부 인사와 경쟁… 빚감축·가스料 등 놓고도 갈등
애초부터 대립 "터질게 터져"
윤 장관 "직무수행 반대" 강경… 해임안 부결 사외이사 2명 사퇴
장 사장 정상적 활동 어려울수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논란이 일고 있는 장석효 가스공사 사장의 거취와 관련해 "해임 건의로 빨리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장 사장이 물러나지 않고 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윤 장관이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뜻을 직접 밝히면서 압박한 것이다.
윤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공기관 사이버 보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간담회'를 주재한 뒤 기자와 만나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장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장관은 간담회에서도 장 사장을 겨냥해 "공공기관의 장이 직접 모범을 보여야 하며 처신도 잘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해 공공기관이 비리척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기관장 스스로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산업부는 오는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장 사장 해임을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나아가 해임안을 부결시킨 이사회에 대해서도 공사 경영 관리·감독 부실을 이유로 문책을 고려하고 있다.
장 사장은 이에 대해 충분히 소명 가능하며 수사를 받더라도 직무수행에 문제가 없는 만큼 스스로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장 사장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 예인선 업체 대표로 재직하면서 업체 이사 보수 한도를 초과해 연봉을 지급하는 등 회사에 30억3,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12월26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사회는 전날 해임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4표와 반대 3표로 찬성 1표가 부족해 해임안을 부결시켰다.
정부 안팎에서는 장 사장의 사퇴여부를 놓고 발생한 논란은 그동안 쌓였던 것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창립 30년 만에 정치권 인사가 아닌 공채 1기 출신의 장 사장은 선임 과정에서 여러 명의 산업부 인사와 경쟁했고 이후 공기업 부채감축과 가스요금 인상 등 주요 사안을 놓고 사사건건 산업부와 의견 충돌이 있었던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이사회의 해임안 부결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과 해임을 밀어붙이겠다는 산업부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장 사장 선임에 못마땅한 산업부는 갈등을 초래했고 장 사장은 산업부에 맞서 불협화음을 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내부 출신의 장 사장 편에 서 있던 이사회가 산업부에 반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는 논리다.
산업부는 그러나 그간의 갈등과는 상관없이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비리 혐의로 입건된 사장이 현직을 계속 유지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임안 부결을 보고 황당했다"며 "장 사장은 횡령 혐의로 기소돼 공사 경영은 물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이사회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스공사는 속으로만 끙끙 앓는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장이)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좋지만 지금까지 갈등을 빚었던 내용을 보면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너지공기업의 업무기능 재편 등이 진행될 수 있는데, 장 사장이 정부와 각을 세울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감도 짙다. 해외자원개발 기능 등이 석유공사로 이관돼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윤 장관이 장 사장의 직무 수행에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만큼 앞으로 장 사장이 직을 유지하더라도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임안을 부결한 이사회의 사외이사 2명도 이날 사퇴해 장 사장의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손발이 묶인 장 사장이 조직을 위해 버티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윤 장관은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올해를 공공기관의 개혁 성과를 낼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해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11개 중점관리기관은 올해 8조7,000억원 규모의 부채감축을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지난해 개선이 완료된 41개 기관도 방만경영 항목을 계속 관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동서·중부·남동·서부·남부발전 등 5개 발전회사부터 지난해 말 수립한 생산성 향상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그 외 기관은 계획을 보완해 올해 3월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진화하고 있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에너지 관련 국가 기반시설의 위기대응 실태도 점검했다. 공공기관별로 사이버 보안 전담조직을 신설하거나 확충하고, 유능한 전문가, 신규 인력과 사이버 보안 예산을 대폭 보강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정보보안 실태점검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중 에너지 공공기관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보안 체제 강화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