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온 나라에 ‘변화’와 ‘혁신’이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경기침체는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혁신’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필자도 지난해 7월 회사 대표로 취임한 이래 기업 체질 변화를 위해 '혁신'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특히 한울타리 내에서도 트랙터ㆍ공조ㆍ사출 등 산업기계 분야와 커넥터ㆍ안테나ㆍ동박 등 부품 분야는 서로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가 완전히 달랐다. 그러다 보니 획일화된 혁신보다는 사업 특성과 조직문화에 맞는 틀을 만들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급한 마음에 성공기업의 혁신 사례에 대해 공부도 하고 외부 자문도 받아봤지만 허사였다.
고민 끝에 접근 단계에서부터 다른 관점으로 추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남을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혁신의 틀을 만들어 놓고 사업부별로 선택하는 ‘맞춤형 혁신’을 시도했던 것이다. 먼저 꼬박 6개월의 시간을 쏟아 부어 각 사업부 특성에 맞는 혁신의 틀을 만들어 기존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구체적인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혁신 전략을 준비했다.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 최고경영자의 확실한 혁신의지와 직원들과의 공감대 형성, 철저한 실행과 끊임없는 개선, 성과에 대한 동기부여 시스템의 구축 등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에 따라 필자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전임직원 및 70여개 협력업체 임직원 1,800여명을 대상으로 맞춤형 혁신을 위한 ‘TPS 전사원 기본 교육’을 실시했다. 특강을 통해 혁신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공유함으로써 조직의 공통언어를 확보했고 구성원의 ‘혁신 갈증’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함에 따라 현재는 전사적으로 낭비 제거 중심의 혁신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맞춤형 혁신’으로 올 한해 매출 성장은 물론 4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약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되는 법이다. 혁신은 모든 기업의 선망이지만 실제 기업 사정과 현장에 맞는 ‘맞춤형 혁신’을 할 때만 의도했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 또한 지금 같은 경제불황 시기에는 분명한 목표 설정을 바탕으로 하는 깊이 있고 내실 있는 혁신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