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속철 결단을 내려라(사설)

나라의 대역사인 경부고속철도가 이제는 국가적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더니 결국 모든게 뒤틀려 버린 것이다.교통개발연구원은 최근 경부고속철 건설과 관련, 총공사비는 18조4천억원에 달하며 개통시기도 2년정도 연장된 2004년에나 가능할 것같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같은 공사비는 지난 89년 기본계획이 수립될 당시의 5조8천억원보다 3배이상 늘어난 것이며 공사비를 재조정한 93년 6월의 10조7천억원보다 80%나 증액된 것이다. 교통개발연구원의 이번 수정치는 그나마 최소로 잡은 것이다. 부실공사로 얼룩진 서울∼대전 공사구간의 추가비용과 설계변경에 의한 예상증액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공사비는 2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보다 4배나 증액되는 셈이다. 완공시기도 현재 일손을 놓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어서 그 어느누구도 정확한 시기를 점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경부고속철이 이 지경이 된데는 노태우 정권의 무리한 정치논리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김영삼 정권은 잘 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 잡아 끼웠어야 옳았다. 공사감리만이라도 철저하게 했어야 했다. 이를 제때 바로 잡지 못한 탓에 재원은 낭비되고 완공시기는 불지하 세월이 돼버린 것이다. 현 정권은 한 술 더 떠 대전과 대구역사를 지상 또는 지하로 하느냐를 두고 오락가락, 혼란만 가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고도 경주를 통과하는 노선을 놓고 건교부와 문체부는 1년 이상이나 불협화음을 빚었다. 그만큼 허송세월한 것이다. 현 정권 거의 5년동안 진척된 것이라고는 서울∼대전간공사뿐, 그나마 부실투성으로 판명 나있다. 교통개발연구원이 추정한 총 공사비 18조4천억원은 서울∼부산간 4차선 고속도로를 4개나 신설할 수 있으며 지금과 같은 경부선 철도를 4개나 놓을 수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이 모든 부담은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지금 곳곳에서 고속철 건설과 관련, 각종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대전구간만 건설하고 미착공 구간인 대전∼부산간은 경제성 등을 검토한후 시공하자는 것이다. 또 대전∼부산구간은 기존의 경부선을 전철화해서 사용하자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건교부는 현재 공사비와 공기 전면 조정안을 검토, 곧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정안은 정말로 정치논리에 밀리지 말아야 한다. 12월의 대선을 의식, 어정쩡한 결단을 내려서는 곤란하다. 공사를 계속할 것인가의 여부와 공사를 계속한다면 재원의 구체적인 조달 방법 등이 들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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