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투명경영.법무팀 강화나서2월 중 증권집단소송법이 국회에서 통과될지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주요기업들이 '소송 러시'에 대비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1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텔레콤ㆍ포항제철 등 주요기업들은 집단소송제가 실시될 경우 소액주주와 외국인주주들의 타깃이 돼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보고 투명ㆍ책임경영 확대와 임원책임보험 한도증액, 법무팀 강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와 관련,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집단소송법안은 1일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심의돼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관심이 여의도로 쏠리고 있다.
집단소송법안이 통과될 경우 투명경영이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기업들로서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해진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는 "경제가 살아나려는 시점에 집단소송제를 하게 되면 소송남발 등으로 기업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집단소송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이 소송에 휘말릴 것이라며 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제의 부작용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록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재계 주장에 동조하는 야당의 반대로 집단소송법 통과 여부가 미지수라고는 하지만 여야 법사위원들의 숫자(민주당 7명, 한나라당 7명, 자민련 1명)가 엇비슷해 재계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야당도 소액주주들과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기업규제를 더 푸는 조건으로 집단소송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와 재계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강연욱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은 "당론은 2월 중 국회 공청회를 보고 결정하지만 집단소송제를 하면 경제가 살아나려는 시점에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이 통과될지 여부를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기업들은 일단 독자적인 대응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중요한 경영판단을 이사회 중심으로 해 '투명ㆍ책임경영' 시스템을 강화,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로 했다.
또 최근 삼성전자 임원들에 대한 손해배상판결 등 경영판단에 관한 소송이 잇따르면서 임원들의 법적 책임이 확대되자 등기임원들의 안전장치를 강구하는 데 만전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1,000억원), 현대중공업(500억원), 현대자동차(300억원) 등 주요기업들은 임원손해배상보험을 증액하는 한편 특허법무팀 보강에도 나서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까지 이 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320개사(보험료 620억원)로 전체 상장ㆍ등록사의 20%(손해보험협회 집계)이지만 빠른 속도로 가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대한상의 조사이사는 "집단소송제가 실시되면 기업들은 단시간 내에 투명ㆍ책임경영 체제를 완전히 정착시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다"며 "굳이 집단소송제를 하려면 소송대상을 형사소추된 경우로 한정하고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 과실을 입증하도록 해야만 소송남발을 막을 수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 집단소송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집단소송법안의 핵심은 기업의 ▲ 허위공시 ▲ 분식회계 ▲ 주가조작에 대해 50명 이상의 주주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 승소하면 동일한 유형으로 피해를 본 모든 주주들에게 배상하도록 하는 법이다.
허위공시와 분식회계는 상장사의 10%에 가까운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으로 우선 한정되지만 주가조작은 모든 상장ㆍ등록사가 대상이 된다.
고광본기자
[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