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현대상선·조양상선 등 국내 컨테이너 3사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6,400만달러(약 9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정 항만국 정부가 선사들에 대해 이같이 한번에 많은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세계 해운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9월말 국적 3사가 가입돼 있는 대서양운임동맹(TACA) 15개 선사에 3억1,730만달러(약 4,442억원)의 벌금부과를 통보했다. 선사별로는 한진해운 2,400만달러, 현대상선 2,160만달러, 조양상선이 1,600만달러를 부과받았다. 한진은 독일의 자회사인 DSR세나토사의 1,600만달러까지 포함하면 벌금이 4,000만달러에 이른다.
EU는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저해하거나 제한 또는 왜곡하는 것을 금지하는 로마조약(85·86조)을 들어 각사의 법률위반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벌금은 3개월 내에 납부해야 하며 납부를 유예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지급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벌금을 올해 안에 납부하지 못할 경우 주요 항만의 입항거부와 선박압류 등 제재를 당한다다.
TACA는 이에 대해 우월적 지위가 약해지고 있으며 모든 운송규칙을 EC에 신고해 독점금지법 면제판정을 받았는데도 EC위원회가 벌금을 부과한 것은 법률해석의 오류라며 판정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적선사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은행지급보증을 받기가 어려운데다 은행이 지급보증 금리를 최소 3% 이상 요구할 가능성이 커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적선사들은 TACA 내 주요 해운사와 공동대응책을 찾으면서 정부에 은행지급보증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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