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우리나라는 물질은 선진국인데 의식은 후진국으로 물질과 의식의 양극화가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총재는 이날 한은에서 열린 중등학교 사회ㆍ경제교과 교사 30여명과의 다과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 경제가 이른바 ‘압축 성장’을 이룩한 데 비해 의식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데 통상 6년이 걸리지만 우리 경제는 이를 2년에 졸업한 것과 같다”면서 “이로 인해 정규과정에서 체득하는 사교성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부작용이 벌어진 꼴”이라고 비유했다.
박 총재는 “경제는 발전하는데 실직자는 늘고, 집 마련은 어렵고, 고용은 불안하고, 사회적 갈등은 높아지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며 “물질을 압축할 수는 있어도 의식을 압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환경ㆍ교육ㆍ의료ㆍ교통 등 이른바 ‘공공재(public goods)’라며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회는 못 살아도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총재는 후진적 의식의 대표 사례로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사회갈등과 조세확대에 대한 저항을 꼽았다. 그는 “우리가 사는 길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며 자유무역은 불가피하다”며 “이를 반대하는 것도 의식의 후진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유무역으로 돈을 벌면 농민이 희생한 대가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기업들은) 내 돈인데 왜 뺏어가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지적했다. 박 총재는 또 “세금을 올린다고 하니까 무턱대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세금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가 있으면 물론 반대해야 하겠지만 세금을 늘려서 얻는 것이 더 크면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