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간판급 IT(정보기술)기업들이 세계 기술산업의 회복세에 동참하지 못하고 실적이 둔화되자 중국의 초고속 무한 성장에 대한 한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7일 중국 최대의 개인용컴퓨터(PC) 업체인 레전드그룹과 휴대폰 제조업체인 닝보버드의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보도하며 그동안 폭발적인 시장수요로 성장만이 존재했던 중국도 이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술업체의 대표주자인 레전드 그룹과 닝보버드는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지원, 중국 소비자에 대한 직접 접근을 무기로 내수시장을 빠르게 점령했다. 이들은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도약을 거듭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며, 중국 제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됐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던 중국의 PC와 휴대폰 시장의 최근 성장속도가 둔화되면서 레전드와 닝보의 실적도 부진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인터내셔널 데이터코프(IDC)에 따르면 중국의 PC판매 성장률이 지난 2001년 25%에서 지난해 17%로 떨어졌다. 닝보버드를 중심으로 3년전부터 가파르게 커졌던 중국 휴대폰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부터 주춤거리고 있다. 첨단기술제품을 처음 접했던 중국 소비자들이 PC나 휴대폰에 열광하면서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이제는 교체 수요만이 성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가파르던 성장곡선이 완만해지면서 해외 선진업체들은 뛰어난 기술력과 마케팅력에 더욱 주력, 기존 중국 업체들의 시장을 빼앗아 시장둔화를 극복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미약했던 델 컴퓨터는 지난 2년간 점유율을 2배 끌어올려 이제 시장의 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레전드와 닝보버드는 시장의 속력이 떨어지는데 대비하지 못해 최근 실적이 부진해지고 있다고 AWSJ의 분석했다.
AWSJ은 “급속도로 성장했던 중국 시장은 이제 성장의 속도를 늦추며 안정세로 변화하고 있다”며 더 이상 중국 시장이 초고속 성장에 의지해 무조건적인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전했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