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투기 대신 투자 정착돼야

“수익률 1위 펀드라길래 가입했는데 아직도 마이너스입니다. 이 펀드 좋아지긴 하는 겁니까.” 지난 10월 뒤늦게 펀드 시장에 가세한 A씨. 나름 고심 끝에 국내외 수익률 상위 펀드 3개를 골라 투자했지만 아직도 본전을 못 찾고 있다. 그러나 A씨의 하소연과는 달리 지난해 우리 주식시장 성적표는 자못 화려했다. 지수 1,000포인트를 돌파한 지 2년5개월여 만에 지수 2,000선 돌파를 이뤄냈고 코스피 지수 역대 최고치도 무려 51번이나 갈아치웠다. 증시 상승을 이끈 주역은 단연 간접투자 자금이었다. 지난 한 해 국내 전체 펀드시장은 300조원 규모로 확대되며 전년 대비 약 30% 가량 성장했고 다수의 펀드가 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의 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전문가의 손길’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 팽창에 걸맞는 질적 성장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시장의 시각이 엇갈린다. 펀드시장 성장세를 견인한 게 지난해 나타난 놀라운 수익률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같은 수익률 신화만을 쫓아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단기 투기 문화 역시 확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펀드 환매 규정에 근거한 이른바 ‘3개월 단타’도 양산됐다. 수익률이 보다 높은 곳을 찾아 계속 갈아타는 사례가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한 증권사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투자 펀드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56%에 달했지만 지난해 6월 이후 펀드에 가입했다면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 이하인 26% 선으로 낮아졌다. 수익률이 고공 행진을 거듭했던 10월 이후 신규로 가입했다면 되려 손해를 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중국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2.65%이었고 1개월 수익률은 이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반면 2년 투자 수익률은 160%, 3년 평균 수익률은 180%대에 달했다. 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에 부응하는 투자 성과를 투자자들에게 돌려 준 것이다. 새해 증시 전망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펀드 시장 전망 역시 그러하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넘을 수 있는 열쇠는 각 개인의 투자 성향과 자금 규모, 라이프 사이클에 근거한 장기-분산 투자 뿐이다. ‘저축 대신 투자’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착된 구호임을 명심해야 한다. 투기가 아닌 투자가 정착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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