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소'에 全유럽 쑥밭
동유럽까지 확산-사회·경제적 파괴력 심각
'미친 소(mad cow)'가 유럽을 짓밟고 있다.'
지난해 10월 다시 고개를 쳐든 광우병이 일파만파로 확산, 유럽 전역이 쇠고기 공포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광우병 사태는 이미 유럽연합(EU) 각국에서 다수의 장관들을 자리에서 내몰고 축산업계는 물론 관련업계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등 사회ㆍ경제적으로 엄청난 파괴력을 낳고 있다. 지난 80~90년대에 유럽을 강타했던 영국발(發) 광우병보다 실제 감염사례는 훨씬 적다고 하지만, 그 피해는 한동안 광우병의 망령에서 벗어나 있던 지역으로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 우려는 날로 깊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비아테 그민더 대변인은 지난 16일 현재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역에서 보고된 감염 사례가 1,300마리 정도라고 밝혔다. 지난 80~90년대 영국에서 발견된 감염 소가 18만마리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숫자면에선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피해 영역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 스페인, 벨기에, 브뤼셀, 동유럽 각국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광우병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광우병 '안전지대'로 꼽혔던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도 최근 감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돼 어느 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을 한층 가중시켰다.
지난 91년 이후 영국으로부터의 쇠고기 및 동물성 사료 수입을 금지하는 등 광우병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워 온 미국도 불안에 떨기는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보고된 감염사례는 없었지만, 최근 미 중서부 지역에서 광우병과 비슷한 증상으로 죽은 소가 발견돼 미 방역 당국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앙의 불씨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번져가자 당연 축산업계는 최악의 궁지에 몰렸다. 광우병 파동 이후 유럽 전체에서 쇠고기 소비가 27%나 줄었다는 통계를 봐도 업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소비 감소가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EU는 30개월 이상 된 소에 대해 질병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어, 축산업계는 막대한 자금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다.
광우병 파동에 울상인 것은 축산업계 뿐이 아니다. 유럽 지역에서 맥도널드 햄버거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쇠고기를 취급하는 외식업체들은 고객들의 외면 속에 파리만 날리고 있다. 최근에는 맥도널드 햄버거에 쇠고기를 공급하는 도살장에서 감염 소가 실제로 발견됨에 따라 매출은 가파르게 떨어질 전망이다.
또 지난 14일엔 우유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기존 연구결과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파문을 일으켰다. 불똥은 화장품업계에도 튀었다. 일본은 최근 소 태반 등 동물성 원료를 사용한 유럽산 화장품과 의약품 수입을 금지시켰다.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EU 각국의 관료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해 들어 독일의 보건장관 및 농업장관이 광우병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스페인 농업장관도 광우병 처리 잘못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쫓겨나다시피 사임을 발표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관료들은 광우병 희생자 가족으로부터 살인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소에게 검역과정을 거치지 않은 쇠고기 사료를 먹인 축산업자들의 만행과 질병 확산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온 관료들의 태만이 빚어낸 '인재(人災)'로 평가되는 광우병의 불길은 앞으로 한층 거세게 지구촌을 휩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