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급, 이젠 돈으로 좀 주세요"

상품권 불법유통 기승… 사채시장 대량 유통상품권이 임금대신으로 지급되는가 하면 사채시장에서 은밀하게 할인(일명 깡)까지 해가며 대단위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이후 급성장한 시장규모와 달리 관리ㆍ감독은 전무한 상태여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임금대신 상품권(?) 대형 유통업체인 A사에 다니는 주모(32)씨는 얼마 전 상여금 봉투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현금이 아닌 10만원권 상품권 10여장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회사가 내놓은 묘안(?)이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임모(30)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회사측이 지난 4월분 수당을 현금대신 상품권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임모씨는 "상품권도 따지고 보면 돈이지만 선물이라는 생각이 앞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말았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 사채시장에서도 대량 유통 월급으로 받은 대량의 상품권을 곧바로 현금화하거나 이와는 별도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사채시장을 찾는다. 사채업자들은 보통 20~30%의 일명 '깡'을 하고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한차례 세탁을 거친 상품권들은 다시 사채업자들에서 소매상 격인 길거리 구두가게나 또다른 업체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사채업자와 상품권 발행자, 중간 유통상이 한패가 돼 조직적으로 불법유통시키기는 경우도 있다. 이달초 부산에서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180억여원어치의 쌀 상품권을 발행, 신용카드를 통해 수수료를 받고 다시 이를 회수하는 수법으로 1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상품권 카드깡 일당 3명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부산지검에 따르면 이 같은 신종 카드깡인 위장 상품권 업체가 부산에만 20~30군데에 이르며 전국적으로는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 방지책은 감감 상품권은 법적으로 무기명 유가증권이다. 따라서 월급 등의 명목으로 타인에게 양도했을 경우 별다른 문제는 없다. 하지만 월급 등과 같은 목적으로 유통시켰을 경우 반드시 연말정산때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이를 고의로 고의로 누락시키는 경우도 있어 국세청은 얼마 전 이에 대한 감시를 보다 엄격히 하겠다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사채시장의 경우는 워낙 은밀히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적발해내기 어렵다며 관계당국도 하소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같이 상품권에 대한 관리 감독이 허술한 것은 지난 99년 상품권법 폐지이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주체가 없는 것이 주요인이다. 현재 그나마 상품권의 유통을 알 수 있는 곳은 국세청이지만 과세부분이나 상품권 발행시 인지세를 총괄하는데 그치고 있다. 공인회계사 정모씨도 "상품권의 유통은 법적으로 자유롭지만 과연 월급과 같은 목적으로 유통된 상품권에 올바르게 과세가 되고 있느냐는 의문"이라며 "시장규모가 커진만큼 이에 대한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상품권 종류ㆍ시장규모는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은 5,000원권에서 50만원권까지 매우 다양하다. 법적으로는 1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아직 발행되고 있지는 않다. 상품권은 법인ㆍ개인이 일정한 자격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찍어낼 수 있다. 따라서 종류도 문화ㆍ백화점 상품권에서 미팅ㆍ성형수술ㆍ자동차보험ㆍ토산물ㆍ여행 상품권 등까지 각양각색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이버상에서만 유통되는 e-상품권마저 등장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상품권 업계에 따르면 현재 종이로 인쇄된 상품권의 종류만 해도 무려 170여종에 달한다. 시장규모 또한 지난 94년 4,500억원 규모에 불과하던 것이 99년 2조원을 돌파하더니 올해는 3조원대를 훌쩍 뛰어 넘고 있다. 상품권제작 상담 및 유통업체인 한국상품권컨설팅의 유모 이사는 "매일 1~2건씩 꼬박 꼬박 상품권 제작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각 계층의 구미에 맞는 상품권 발행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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