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원ㆍ달러 환율이 폭등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 소비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소비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비교적 완만한 감소세를 보여 상대적으로 내수는 흔들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5일 ‘민간소비의 구성항목별 추이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작년 4ㆍ4분기에 민간소비는 전년동기대비 3.7% 급락했지만 국내소비는 0.8% 줄어든 데 그쳤다”며 “이는 우리 국민의 소비활동이 급격하기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반적인 소비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감소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지난해 4ㆍ4분기에 우리 국민의 해외소비는 전년동기대비 무려 53%(1조7,000억원)이나 급감했다. KDI는 “순해외소비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환율인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환율이 하락하면 민간소비 증가율이 국내소비 증가율을 하회하는 현상은 점차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내 소비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자동차ㆍ가구 등 내구소비가 지난해 4ㆍ4분기에 10.9%나 하락한 반면 비내구재 및 서비스 소비는 오히려 1.2% 증가했다. KDI는 “내구소비는 GDP 등 경기변동에 대해 비내구소비보다 보통 3배 이상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비내구소비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 전체 민간소비 변동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김영일 KDI 연구위원은 “향후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전체 민간 소비가 국내 총생산 증가율과 비슷한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내구성 소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비내구성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수출 호조로 민간소비 위축이 상대적으로 컸던 1998년 외환위기나 2003년 카드버블 붕괴 등의 경기침체기와는 다른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