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단순함을 디자인하라

포켓TV가 컨버전스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기기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포켓TV는 2인치 크기의 액정 화면에 동영상은 물론 그 흔한 MP3 파일조차 재생되지 않는다. 하지만 출시 1주일 만에 1만대 이상 팔릴 정도로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래서 포켓TV가 레인콤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포켓TV의 약진은 ‘단순함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TV와 라디오 수신기능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단순함의 승리는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MP3플레이어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팟이 부동의 1위를 달리는 것도 단순한 디자인과 기능에 소비자들이 열광한 결과다. 모토로라의 초슬림폰 레이저가 5,000만대 이상 팔려나간 것도 휴대폰의 최대 목적인 휴대성을 극대화시킨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3개월이라는 휴대폰 제품 주기에 매달리지 말고 1년 이상 히트할 수 있는 휴대폰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의 말은 특정 사용자층에서만 인기를 끄는 제품이 아니라 대다수의 소비자들을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사용자층에 어필할 수 있는 기능을 묶어 종합선물세트처럼 만드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10대를 위한 동영상 기능, 20ㆍ30대를 겨냥한 MP3플레이어 및 전자사전, 장년층을 위해 큰 글씨체와 넓은 액정을 추가하는 방법을 동원한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기 어렵다. 오히려 모든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기능만을 추려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함을 디자인하라’는 것은 컨버전스라는 대세를 거스르는 명제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기능들이 하나의 기기에서 구현되는 것에 불평을 늘어놓을 소비자는 없다. 문제는 컨버전스라는 미명하에 자신이 필요하지 않는 기능들까지 구매해야 하고 두꺼운 사용설명서를 보면서 낭패를 느끼는 소비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컨버전스시대에 가장 필요한 미덕은 복잡한 기능이 아니라 단순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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