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7대 종합상사] 글로벌 마케팅으로 지구촌 공략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아래 「어둠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수출 한국호의 돌격대 종합상사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갈수록 거칠어지는 보호무역주의 파고와 동남아·중국·중남미·동구권 등 후발국가들의 무차별적인 가격공세에 밀려 생존기반을 다시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의 종합상사들은 과거와 같은 동시다발적 공격전략을 포기했으며 독자적인 특기를 살려나가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참에 아예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무역공간으로 활동영역을 옮겨가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의 대표적인 곳이 이른바 「상사 빅3」로 지칭되는 삼성물산·(주)대우·현대종합상사 등 3개 업체다. 이들은 IMF직전과 달리 각자의 영역을 재구획,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서 생존하는 방안을 암묵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주)대우(대표 장병주)는 기술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중소기업 협력망을 새로운 첨단 무기로 채택, 과거보다 더욱 저돌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또 삼성물산(대표 현명관)은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로 뛰어들어 가상무역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사적인 에너지를 집중시키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대표 정재관) 역시 현대그룹의 5개 소그룹 구조조정 작업 여파로 「독자 생존을 위한 긴급 프로젝트」를 마련 중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모두가 크게 2개의 존립 기반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물량 중심의 실적주의」를 포기했다. 연초 정부가 올해 무역수지 250억달러 흑자를 목표로 천명했을 때 이들 빅3중 맏형격인 삼성물산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공공연하게 외형 부풀리기식 수출은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쉽게 말해서 더 이상 정책적 필요에 의해 끌려가는 식의 수출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반면 돈이 되는 수출에는 회사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주)대우·현대종합상사 역시 삼성물산의 이같은 움직임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대우의 경우 연초 사업팀제 도입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팀은 도태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 역시 직원들의 실무교육을 강화, 영업맨은 지원업무를 파악하고 지원업무팀은 영업부문의 미묘한 업무영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업무교환시스템을 적용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질 높은 무역활동을 펼쳐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겠다는 것이 현대 전략의 기본 골격 중 하나다. 계열사에 의존해 실적을 관리하는 「안전 운행」도 포기하고 있다. 대우가 중소기업 협력업체 3000개사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유망 중소기업 발굴에 나서고 있는 것, 삼성이 무역협회와 공동으로 유망 중소기업의 상품을 소개하는 「코리아 베스트 프로덕트」사업을 추진하는 것, 현대가 독자생존기반 마련을 위한 긴급 프로젝트를 마련하는 것 등이 모두 그룹 계열사에 의존한 수출보다는 중소기업 발굴을 통한 독자적인 행보를 펼쳐나간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종합상사 한 관계자는 『IMF이후 생존력 강화를 위한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면서 가장 주력한 부문은 종합상사 고유의 사업영역을 공고히 해야한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 4월말 현재 전체 수출실적 419억7,200만달러 가운데 종합상사의 실적은 216억500만달러로 51.5%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국가 외환위기의 책임소재와 관련, 재벌들의 자금창구 역할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으며 종합상사 무용론까지 등장했던 1년전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과거 20여년간 숱한 노력과 자금을 쏟아부어 구축한 해외망과 상품과 바이어를 연결시키는 독특한 노하우 등 종합상사의 가치를 재무제표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단언하는 어느 상사맨의 말에서 21세기를 앞둔 종합상사의 새로운 탈각이 기대된다. /김형기 기자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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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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