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파노라마]'염가 세일'...동남아, 공기업 민영화 붐

동네 가게 판매 구호가 아니다. 동남아 국가들의 민영화 전략이다. 경제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은 재정 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종 공기업을 민영화하거나 기업 자산을 매각, 정부 소유에서 민간 소유로 전환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원매자는 현지 주민이 아니다. 위기의 태풍 한가운데 있는 현지 기업인들 보다는 염가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태국은 부실 기업이나 은행들의 민영화 작업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로 꼽힌다. 지난 97년 도산한 56개 금융기관들의 청산작업을 위해 정부가 설립한 태국 금융부문 구조조정당국(FRA)는 24일 총 15억바트(4,050만달러) 규모의 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 외국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는 6월18~20일까지 사흘간 입찰을 실시, 파산한 금융기관이 소유했던 각종 부동산과 동산 등 125건의 물건을 판매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 물건도 다양하다. 골프장 회원권에서부터 미니 컴퓨터, 자동차 등을 이번에 내놓는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 97년 이전에 은행 대출을 통해 각종 개발사업을 벌였던 부동산 회사들 소유 물건들이다. 외환위기로 이들 업체들과 거금을 대출해준 은행들이 도산하면서 정부 소유로 바뀐 것들이다. FRA는 이들 물건들의 판매 가격을 종전 세일 때보다 절반으로 낮춘데 이어 오는 6월1일부터 18일까지 샘플 전시회를 갖는 등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FRA의 아마레트 실라-온 회장은 『총 2,850억바트(77억달러)에 이르는 각종 대출 담보 물건들을 8월까지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FRA 말고도 태국 중앙은행인 타이 은행도 부실 금융기관의 민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타이 은행은 현재 부실로 인해 국유화했던 라드하마신 은행 등 3개 은행의 지분 75%를 매각하는 업무를 진행중이다. 방콕에 62개 지점에 480억바트(13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라디하마신 은행에 대해서는 HSBC(홍콩상하이 은행), 싱가포르의 유니온 오버시스 은행, 시티그룹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은행 등 네 군데서 응찰해 매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 방콕 메트로폴리탄 은행, 시암 시티 은행도 앞으로 2~3주 안에 민영화 계획을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이밖에 최근 타코르톤 은행 주식 68.4%를 인수했던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도 타이 중앙은행의 부실 금융기관 민영화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타이 만큼 금융기관 민영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필리핀. 필리핀 금융 당국은 올해중 최소한 건설회사 1곳, 텔레비젼 방송국 1곳, 비료공장 1곳 등을 민영화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정부기관인 필리핀 자산민영화신탁의 레나토 B 발데칸토스 회장은 『조만간 민영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올해 홍콩에서 열릴 글로벌 이머징 마켓 회의에 매각 계획을 공개,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의 경우 지난 86년 이 민영화신탁회사를 설립한 뒤 두드러진 활동이 없었으나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발데칸토스 회장은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이들 민영화 대상 품목들을 보다 신속하게, 보다 과감하게 팔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회사는 당장 건설회사인 필리핀 내쇼날 컨스트럭션사를 민영화하는 것을 비롯, 비료회사인 필리핀 포스파테 앤 퍼틸라이저사의 주식 전부, 지방 방송국인 RPN 채널 나인의 자산, 일본 합작의 출판 회사인 APO 프로덕션, 아시안 파이낸스의 주식 300만주를 매각할 계획이다. 또 항공사인 에어 마닐라, 필리핀 국영철도, 아마나흐 은행 등을 전부 민영화하는 한편, 마닐라시의 바사이 시티지역에 있는 토지 1,500㎡, 방귀오시에 있는 부동산 4,670㎡도 팔았으면 하고 있다. 건설회사, 비료회사, 방송국 등 3개 물건은 가장 규모가 커 매각희망 0순위에 올라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한국은 물론 아시아 경제의 보루 일본도 민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의 민영화 작업에 대해 외국 투자자들은 짐짓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보여, 이들 물건의 세일 가격을 더욱 낮추려하고 있다. 타이 은행들의 민영화에 관심이 큰 HSBC은행의 데이비스 홀 대변인은 『목표로 잡고 있는 은행은 없으며 특별한 쇼핑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금융계에서는 HSBC가 적어도 2~3개 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면서 HSBC은행의 포커페이스 전략을 지적했다. /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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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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