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스포트라이트] 태평양 곽태철 변호사

지난달 31일 헌법재판소가 일부 위헌결정을 내린 GS칼텍스의 헌법소원은 법조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화제를 뿌렸다.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에 대한 이번 헌법소원은 특히 대법원까지 올라가 매듭지어진 판결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뒤집혔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 사건의 시작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식상장을 계획하고 있던 GS칼텍스는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후 감세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후 GS칼텍스가 상장계획을 철회하자 국세청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감면 받은 법인세 707억원을 다시 부과했고 이에 GS칼텍스는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구 조세감면규제법인 1993년 전부 개정돼 세금 재부과의 근거 규정인 부칙 23조가 효력을 잃었다는 것이 원고의 논리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기환송 과정을 한 번 거친 후 확정된 판결은 설령 법률이 전면 개정됐더라도 부칙이 계속 적용된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실효되지 않고, 개정법령의 취지와 법 공백상태 여부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헌재는 "관련 당사자가 공평에 반하는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이미 실효된 법률조항을 유효한 것으로 보고 과세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칙과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것이어서 법조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헌재를 설득해 이 같은 결정을 이끌어 낸 곳은 바로 법무법인 태평양의 송무팀. 조세와 행정, 헌법소송을 주로 맡아온 곽태철 변호사(57ㆍ사법연수원 13기ㆍ사진)를 중심으로 유철형(46ㆍ연수원 23기), 김승호 변호사(41ㆍ연수원 28기)가 힘을 보탰다. 곽 변호사는 지난 1986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 생활을 시작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연구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1999년 대법지법 천안지원을 끝으로 법관에서 물러난 후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결정이 미친 파장에 비해 곽 변호사 등 소송을 맡은 변호인단의 면면과 해당 로펌은 막상 외부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소송을 맡은 태평양에서도 이 사건을 맡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변호사가 많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극히 일부 인사만 알고 있을 정도다.

판결의 비중에 비하면 소송을 맡은 변호인단과 로펌이 철저히 감춰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법조계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여러 해석을 하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해당 로펌이 법원의 최고 조직인 대법원과 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로펌의 특성상 법원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대법원과 미묘한 긴장관계인 헌법재판소에까지 사건을 가지고 가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결과를 얻어 낸 점을 부각시키는 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태평양은 표면적으로 소송을 맡긴 회사(GS칼텍스)측을 배려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법원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