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우중, 베트남에서 키운 또다른 '꿈'

지난 1999년 10월 중국 옌타이 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종적을 감췄던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은 어디서주로 체류했을까.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김 전회장은 프랑스, 독일, 중국, 베트남, 태국, 수단 등을 오가며 지인들을 만나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에도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조차 그가 주로 체류한 곳이 베트남이라는 데 이견을 표시하지 않는다. 프랑스와 독일 체류는 협심증, 장 협착증 등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일시적인 방문일뿐 주 체류지는 베트남이라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는 특별한 인연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이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높은 연 7%대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게된 시발점인 도이 모이(개방)정책을 채택해 이를 강력히 추진하게 된 데는 김 전 회장의 조언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지적했다. 즉 적극적인 외국자본 유치를 통한 수출주도형 산업기반 구축과 국토 개발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김 전 회장의 조언이 주효한 것으로 판명되면서 그에 대한베트남 지도부의 '대접'이 각별하다는 얘기다. 특히 도이 무어이 전 당서기장, 보 반 끼엣 전 총리 등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계 원로들은 김 전 회장에 대해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을 여러차례 강조하면서 갈곳없는 그에게 '임시 피난처'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것이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김 전 회장이 경제계획의 사령탑격인 총리실 직속 국가혁신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도 이것과 무관치 않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해외행적과 관련해 소문만 무성했던 김 전 회장이 베트남에서 한국언론에 처음 노출된 것은 지난 2003년 7월경이었다. 같은해 1월 미 경제주간지 포천지와의 회견에서 "김대중 정부가 출국을 권유했다"는 내용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던 그가 베트남을 비밀리에 방문해 베트남측과 '모종'의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연합뉴스에 의해 처음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다름아닌 인구폭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수도 하노이시측이 그의 권유에 따라 구상 중이던 신도시개발사업이었다. 김 전 회장은 IMF 외환위기와 대우사태 전인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 서울 여의도의 80배 크기인동안(Dong Anh) 지역과 면적은 200여만평에 불과하지만 도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않으면서도 불모지로 방치된 트리엠(Tu Liem) 지역을 중점 개발하기로 계획했다. 두 지역을 한국의 분당을 모델로 하는 현대적인 신도시로 개발해주는 조건으로 '영양가 있는' 대토(代土)를 받거나 인프라 구축 등 대규모 건설사업에 대한 한국건설업체들의 참여 보장 등을 조건으로 하는 이 매머드 사업은 결국 대우사태로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60만평 규모로 축소된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여러 경로를 통해 결국 대우건설을 주간사로 13개사(현재는 6개사만 참가)가 참가하는 신도시사업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사업의조기 성사를 위해 당시 임상용 병원시설을 갖추지 못한 하노이의대에 병원 건립을 제의하고, 자신이 회장 재직시 세운 아주대와는 의대 차원의 교류를 추진하게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보도 직후 김 전 회장은 언론의 노출을 피해 잠시 태국을 거쳐 프랑스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대우사태 이전에 추진하다 태국업체에 넘긴 18홀 규모의 골프장(동안 지역에 위치)의 건설을 측근들을 통해 다시건설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베트남 체류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제공해온 업체는 프랑스의 철도차량 전문업체인 로르사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 전 회장이 바로 이 회사의 아시아권 고문으로 있으면서, 고정된 보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체재비와 치료비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 회사로부터의 보수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르사가 김 전 회장을 고문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우 회장 시절 구축해 놓은 아시아권 특히 베트남 정관계 실세들과의 친분이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에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로르사는 하노이시가 만성적인 교통난 해소를 위해 구상 중인 전철사업과 서울의 강남권으로 부상한 하노이대우호텔 맞은편 부지에 6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건립하려는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김 전 회장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 주상복합빌딩 건립계획은 일부 보도에서처럼 김 전 회장이 직접 돈을 들여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구미의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펀딩을 받은 로르사가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에 체류하면서 K컨설팅업체를 운영 중인 최측근 K모(64)씨가 로르사와 관계된 회사의 베트남 연락사무소 대표로 등록돼 김 전 회장과 함께 베트남의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고 전했다. 한편 로르사의 회장은 지난 3월 프랑스 일간신문 리베라시옹과의 회견에서 "김전 회장과 2003년 초에서 2004년 말 사이 서울의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 사업을 논의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다 하루만에 "서울서 만난 것은 10년 이상 전이었으며 최근몇년 새는 중국과 유럽에서 만났다"고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 보도 후 한달만인 지난 4월9일 김 전 회장은 베트남서 다시 한번 목격됐다. 이번에는 하노이가 아닌 남부 호찌민(옛 사이공)이었다. 목격 장소는 중심가에 위치한 특급호텔 까라벨호텔이었다. 그는 국가개혁위원회가 호찌민서 개최한 경제관련세미나 참석차 호찌민을 방문한 뒤 아는 사람을 만나려고 이 호텔 로비에 있다 교민들과 총영사관 관계자 등에 목격됐다. 익명을 요구한 베트남측 소식통은 "김 전 회장은 지난 2월9일 프랑스 여권으로 베트남에 입국한 뒤 지금까지 계속 하노이와 호찌민을 번갈아 가면서 체류하고 있는것으로 안다"면서 "건강 문제 외에는 체류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며, 유력자들이여전히 특별배려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또 "김 전 회장은 정계와 관계 실력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이한국의 개발과정과 너무 유사하기 때문에 한국의 경험과 전문인력을 제공받을 필요가 있으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앞으로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안다"고 주장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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