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아침 댓바람부터 출판사에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거기 △△출판사죠? '○○○'책 말이예요. 저자가 제정신이예요? 이렇게 밖에 못쓰나요? 정말 쓰레기 같은 책이잖아…" '뚜~'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곡사포처럼 쏟아내는 독자의 전화 한통에 편집자는 하루종일 우울했다.
#장면2. 편집장 김씨의 일과는 독자에게 온 e메일 읽기로 시작된다. '얼마 전 구입한 귀사의 책을 읽고 마음이 설래 잠을 이룰 수가 없더군요. 오랜만에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을 만나 너무나 행복해 짧은 글을 보냅니다.' 독자의 편지를 읽은 김씨의 얼굴에는 맑은 웃음이 퍼졌다.
최근 출판사 편집실은 독자들의 전화와 e메일 그리고 홈페이지에 남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느라 예전보다 더 바빠졌다. 번역의 오류를 잡아주는 독자, 책 내용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독자, 심지어는 출판사의 위치를 묻는 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집자에게 이 같은 독자들의 의견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악플(악성 댓글)을 달듯이 다짜고짜 전화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끊어버리면 편집자의 의욕은 바닥으로 내리 꽂히고 만다.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욕부터 하고 보는 독자의 전화나 e메일을 대할 때는 특히 더 그렇다. 독자가 보낸 의견에 대한 회신을 보내지 않거나, 제때 응답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인터넷에 올려버리겠다며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근 한 정보통신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세대 젊은이 이른바 '디지털 키드(kid)'는 상대방의 말은 듣지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대, 대화의 수단은 최첨단으로 달리면서 일방 통행식 대화를 주장한다면 소통이라는 대화의 기본은 없어지고 상처주는 언어 폭력과 상대를 향한 비방 만이 난무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