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판 오일달러] <하>다가오는 위기와 기회

無에서 有로…<br>'해외공룡'에 맞서 신재생에너지 선제 투자를<br>경기침체로 수요 크게 줄고 印등 대규모 증설도 악재로 설비효율성 높일 대책 절실<br>'꿈의 연료' 수소 스테이션 하이브리드차용 2차전지등 국산화시대 개막 서둘러야


“미래 우리 회사의 모습은 정유와 화학만으로 먹고 사는 회사가 아닐 것만은 분명합니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 최근 정유업계를 둘러싼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중동을 중심으로 시설 확장의 붐이 불고 있어 정유 시황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여기에다 정유업계는 갈수록 효율성이 높아지는 신재생에너지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런 절박함 속에서 미래에 대한 대비에 나서고 있다. 정유업체들은 미래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공룡이 나타난다=국내 정유업계에 닥친 직접적인 도전은 인도와 중동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시설 신ㆍ증설 붐이다. 특히 인도 재계 1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증설 계획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규모다. 큰 덩치에서 나오는 규모의 경제로 생산원가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골드만삭스의 자료에 따르면 릴라이언스는 현재 하루 652만배럴 규모의 상압정제시설과 200만배럴 규모의 촉매분해방식 고도화설비(중질유분해시설)를 갖추고 있다. 현재의 규모만도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의 약 6배에 달한다. 릴라이언스는 여기에 하루 580만배럴 규모의 상압정제시설, 200만배럴의 촉매분해방식 고도화설비, 50만배럴의 수첨분해방식 고도화설비 증설을 내년까지 끝낼 계획이다. 공사가 끝나면 하루 1,232만배럴의 상압정제시설, 450만배럴의 고도화설비를 갖춘 ‘공룡’이 탄생하는 것이다. 고도화비율 또한 36.5%로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 탄력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현재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릴라이언스의 대규모 증설은 큰 위기로 다가온다. 정유사 관계자들이 최근 사석에서 “이제 좋은 시절은 다 끝났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도 이 같은 국제시장 환경 변화를 각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산유국들도 원유 의존형 경제구조를 고부가가치형ㆍ고용창출형 구조로 바꾸기 위해 정유 및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대재적인 신ㆍ증설을 감행하고 있다. 오는 2013년까지 계획된 중동의 신ㆍ증설 물량만도 하루 6,800만배럴. 연간으로는 한국 석유 소비량의 3배를 정제하는 규모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중동의 계획 중 50%만 현실화된다고 해도 세계 정유산업에 상당한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라면서 “불경기로 세계적인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할 경우 세계 정유업계가 인수합병(M&A) 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자동차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정유업종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 위한 글로벌 M&A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이러한 위기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글로벌 1위 수준의 설비 및 원가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면서 “동시에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을 통한 시장 개척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공정운전기술과 에너지 절감 노하우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계속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OIL은 이 같은 환경에 대비해 석유화학 분야의 매출 비중을 늘려 위기에 대비한다는 계획 아래 방향족(BTX, 벤젠ㆍ톨루엔ㆍ자일렌)은 현재 연간 30만톤에서 58만톤으로, 파라자일렌(PX)은 70만톤에서 160만톤 규모로 2011년까지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에 대한 선제투자도 나선다=국내 정유업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국내 정유업계가 투자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분야는 ‘꿈의 연료’로 불리는 수소에너지 부문. 특히 수소스테이션 분야에서는 일정한 연구 성과를 보이고 있다. 수소스테이션은 현재의 주유소 같은 시설을 짓고 수소를 파는 사업 형태지만 스테이션 단위에서 수소를 직접 생산한다는 점이 다르다. GS칼텍스는 이미 정부 기금 40억원을 포함한 85억원을 들여 시간당 2.7㎏의 수소를 만들 수 있는 수소스테이션을 준공하고 관련 기술을 보완하고 있다. SK에너지도 내년까지 기술 개발을 끝내고 정부의 시범사업을 거쳐 본격적인 상업화에 진입한다는 계획 아래 수소에너지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세계 에너지 트렌드를 볼 때 에너지원과 신기술을 확보했을 경우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기회로 다가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 참여조차 못하게 된다”며 적극적인 연구개발(R&D)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밖에 SK에너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대형 2차전지 개발에 성공, 시험운전까지 마치고 대형 자동차 회사의 주문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 개발에도 성공해 국산화 시대를 열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미래의 대세가 될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와 관련 부품 분야는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2차전지의 에너지 저장장치인 슈퍼커패시터에 쓰이는 탄소소재 생산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전량 수입하고 있는 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GS칼텍스는 일본 최대의 정유사인 신일본석유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경북 구미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2010년 양산에 들어가 2015년까지 연간 900톤을 생산해 세계 최대 규모를 갖춰 미래 에너지 환경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SK에너지는 4월 국내 최초로 사내에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도 2013년부터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이 되기 때문에 하루 빨리 대비해야만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