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철강업 변화와 한보철강/정석화 미 시세로스틸 사장(특별기고)

미국의 철강업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오랫동안 침체의 늪을 헤매던 고로업계가 지난 10여년동안 승승장구하던 전기로 업계를 앞지른 것이다. 올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미국 최대 고로업체인 US스틸의 모기업인 USX의 이익률은 39%가 신장, 전기로 업체인 뉴코어의 이익률보다 7%나 앞질러 순익 2억1천4백만달러를 기록했다. USX의 톰 어셔회장은 하반기의 전망 역시 고무적이라고 오랜만에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US스틸은 앤드루 카네기가 무일푼으로 시작한 카네기스틸이 그 모태다. US스틸은 2차대전을 통해 미국을 대표하는 힘의 원천으로서 영광을 누렸으며 세계 고로업체의 대표적인 위치를 견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60년대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일본제에 눌린데다 내부적으로는 철강 노조와 맞부딪쳐 파산직면의 위기에까지 이르게 됐다. 방계회사인 「아메리칸 브리지」역시 한 때 미국 전역에 대규모 철골건설 프로젝트를 석권했으나 문을 닫을 운명에 처하게 되자 대만 기업에 매각되는 비운을 맞았다. US스틸은 철강에서 탈피, 업종다변화 등 갖가지 생존전략을 구사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US스틸이나 베틀레헴스틸 등 기존의 고로업체들이 파산의 위기에 직면, 방황하고 있을 때 캔 아이버슨이라는 한 무명의 철강인이 등장했다. 그는 미국의 철강시장을 휩쓸면서 포천지선정 5백대 기업으로 일약 랭크됐다. 뉴코어스틸의 회장인 아이버슨은 기존의 고로업체들이 지닌 고질병을 직시하고 전혀 다른 경영전략을 수행,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는 비효율적인 대기업식 조직을 철폐하고 회장이 직접 전화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해 모든 문제를 즉각 결정지었다. 또 아무도 도전하지 못할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확보해나갔다. 고로공정이 지닌 기술적·경제적 문제 등을 고려, 전기로 공정만이 해결책이란 결론을 내리고 80년대 초 그 당시 세계 최신 최대 박판주조공장을 인디애나주 크로포즈빌에 건설했다.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이다. 그는 미국철강업의 영광을 되찾은 31공로로 부시대통령이 주는 최고 산업훈장을 받았으며 이제 미국 3대 철강의 하나로 성장, 1백50년이 넘는 전통 고로업체인 US스틸과 베틀레헴스틸을 바싹 쫓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보철강 당진공장의 제1단지 박슬래브설비는 뉴코어의 크로포즈빌 공장보다 최신형이며 규모도 큰 우수한 설비다. US스틸과 뉴코어는 얼핏보아 적대관계인 것 같으나 예상외로 매우 친밀한 사이다. 그러나 두 회사가 당면한 문제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US스틸은 전통 고로업체로서 또 미국 최대 철강회사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는데 있으나 뉴코어는 전기로 업체로서 철강업 순위 3위까지 올라갔지만 한계가 있다. 그 돌파구로 고철 첨가제인 아이언 카바이드를 생산하게 되었고 실용화 단계에 들어 올 연말께면 순조로운 생산이 예상되고 있다. 기술이전도 가능, 한국 철강업계와의 상담도 환영한다고 아이버슨회장은 낙관하고 있다. 아이버슨회장에 따르면 철강업의 주된 고객은 자동차 업종이다. 자동차 차체의 철판인 박판은 고로업체만이 생산할 수 있는 전유물로 돼 왔으나 자동차 무게의 4분의1에 해당돼 큰 의미가 없다. 그는 고로공정의 단점을 지적하면서 전기로 공정의 합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뉴코어에서 기술지도를 해준바 있는 한보철강 당진공장 제1단지 시설은 경제성이 확실하다는 의견이다. 한보철강의 매각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생각할 때 빨리 결정지어야할 과제다. 동국제강이 인수하려는 제1단지 설비는 매우 좋은 조건이나 포철이 인수하려는 코렉스설비 및 기타 압연설비에 대해서는 뉴코어의 아이버슨 회장 역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구태여 포철이 이런 조건으로 인수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이 기회에 문제화되고 있는 한보철강의 코렉스 설비에 대한 계약상의 오류를 고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계약의 당사자는 한보의 경영진과 설비제작업체다. 한보의 경영진은 이미 감옥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만일 선의의 구매측이 설비제작업체의 능란한 판매전략에 현혹되어 저지른 실수였다면 이는 국제적인 판매 윤리상 「부당한 계약」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세계철강협회(IISI)와 같은 신뢰성 있는 국제기구에 의뢰, 코렉스 설비의 기술적·경제적 평가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판매계약 과정에서 납품업체의 비윤리적 행위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 의뢰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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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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