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세계는 지금 모바일 혁명중] <3·끝> 콘텐츠가 경쟁력이다

디자인·기술만으론 부족… SW·콘텐츠에 사활 달려<br>아이폰 같은 '문화코드' 못만들면 시장서 도태<br>SW 확충위한 정부 뒷받침·업계 노력 병행돼야


SetSectionName(); [세계는 지금 모바일 혁명중] 콘텐츠가 경쟁력이다 디자인·기술만으론 부족… SW·콘텐츠에 사활 달려아이폰 같은 '문화코드' 못만들면 시장서 도태SW 확충위한 정부 뒷받침·업계 노력 병행돼야 임석훈기자 shim@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지난 1998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정보기술(IT) 기기박람회(CEBIT)에서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MP3플레이어를 공개했다. 개발자는 엠피맨닷컴. 이어 레인콤ㆍ거원시스템ㆍ디지털웨이 등이 잇따라 MP3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우리나라는 MP3플레이어 종주국 위상을 다져나갔다. 2002년에는 국내 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41%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정점이었다. 후발업체인 미국의 애플이 아이팟을 내세워 인기몰이에 나서면서 2003년 이후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겨버렸다. 아이팟이 제공하는 아이튠스(Itunes)라는 음악 콘텐츠 서비스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린 탓이다. 수년간 우리 기업들이 쌓아온 공든탑을 무너뜨린 것은 디자인도 하드웨어도 아닌 바로 콘텐츠였다. 국내 업체들이 전문 디자인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쏟아내는 데 골몰하는 동안 애플은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킬러앱(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가 현재와 같은 MP3플레이어 시장 구도를 가져왔다. 박능수 건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애플은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동시에 공급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를 추구한 데 비해 국내 업체들은 단순히 MP3플레이어라는 하드웨어에만 집착하고 콘텐츠 시장이 주는 파급효과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혁명 시대에도 경쟁력의 핵심은 콘텐츠다. 애플이 세계 IT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힘 역시 콘텐츠에서 나온다. 애플이 내놓은 아이팟ㆍ아이폰은 물론 28일 공개한 태블릿PC '아이패드'도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가 주무기다. 아이팟은 음악, 아이폰은 앱스토어, 아이패드는 게임과 신문ㆍ잡지ㆍ전자책ㆍ동영상 등이다. 애플은 아이폰 앱스토어를 통해 분기당 6,000만~1억1,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아이패드는 전세계 콘텐츠 주도권을 놓고 구글과 애플이 벌이는 전면전의 신호탄이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온라인 전자책 콘텐츠 장터인 '아이북'도 선보였다. 다양한 전자책 콘텐츠를 제공해 아이패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아이튠스라는 음악 콘텐츠를 앞세워 MP3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한 애플이 콘텐츠 영역을 확장한 것. 전자책 콘텐츠는 구글이 아날로그책의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먼저 발을 들여놓은 분야다. 구글은 이미 수백만권의 책을 디지털화했다. 책의 디지털화는 모든 콘텐츠를 쓸어담아 모바일 콘텐츠의 허브가 되겠다는 구글의 야심찬 전략 중 하나다. 구글과 애플은 지난해 음악 콘텐츠를 두고 한판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구글이 인수 기회를 엿보던 온라인 음악 사이트 '라라'를 애플이 먼저 가로챈 것. 양사의 콘텐츠 선점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는 아이패드 발표장에서 "애플은 삼성과 노키아의 모바일비즈니스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모바일 기기 회사"라고 자신 있게 선언했다. 3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세계 휴대폰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를 긴장하게 만드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내 휴대폰 생산업체의 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이폰이나 블랙베리처럼 문화코드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화려한 디자인과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잡스의 말에 녹아 있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신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라인업 보강 차원이라며 많은 제품을 출시해서 어느 게 대표 상품인지 모를 정도"라며 "애플이 아이폰 하나만 가지고도 잘나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인 '삼성 앱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자체 운용체제(OS)인 '바다'를 출시하는 등 소프트웨어 확충에 나서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년 전 MP3플레이어에서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업체의 노력이 합쳐져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 혁명 시대에는 참신한 디자인이나 첨단 성능 같은 하드웨어만으로는 시장을 리드하기 힘들고 OS나 콘텐츠(애플리케이션) 확보능력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는 지금 모바일 혁명중]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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