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등없는 중국 어디로…/한홍석 LG경제연 초빙연구위원(특별기고)

○큰 혼란은 없을 듯등소평이후 중국의 향방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정치·경제에 있어서 등 개인의 역할이 그만큼 중대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 본다면 등이 사망한 자체의 의미는 그다지 크지않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중국의 개혁이 구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 붕괴라는 충격을 받기 전인 80년대말에 등이 사망했더라면 그 의미는 훨씬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이 이미 그 충격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제적 성과에 자부심마저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등은 이미 1989년에 강택민을 제1인자로 선정할 때부터 자신이 없는 시대에 꾸준히 대비해 왔다. 그는 89년말에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던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직함을 강에게 넘겼으며 92년 9월의 공산당 제14차 당대표대회 때부터 다른 주요한 혁명원로들과 함께 중앙위원의 직위를 포기함으로써 건강할 때 제1선에서 물러나 제3세대 지도자들에게 중국을 이끌어 나아갈 임무를 위양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다. 이처럼 등은 생전에 지도자의 「종신제」를 부정하고 집단지도체제의 수립을 적극 추진하는 등 자신의 사후를 대비해 왔다. 때문에 중국은 등이 사망한 후에도 모택동이 사망했을 때와 같은 혼란없이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등은 92년말 이후부터 공식적인 활동에 거의 참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건강상황으로 인해 정치적인 판단 능력에도 큰 지장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현실정치에 거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따라서 강의 집단지도체제가 수립된 92년9월의 제14차 당대표대회 이후부터 중국은 사실상 「등소평이 있는 강택민시대」에 들어섰던 것이다. 강택민 시대의 특징은 바로 카리스마적인 기질이 없어도 거대한 중국을 이끌게 되는 집단지도체제의 도래라고 할 수 있다. ○강 체제 등과 큰차없어 한편 현재 강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지도부도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의 정치·경제가 등의 사망으로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 왔다. 78년이후 등의 개혁·개방노선이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점을 중국국민들이 모두 공인하고 있으며 강을 포함해 지금의 중국지도부가 모두 등의 노선에 따라 일정한 성과를 낸 사람들로 구성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중국 지도부가 개혁·개방의 기본 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 없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등소평이 없는 등소평시대」가 전개된다고 볼 수 있듯이 강택민 체제와 등소평 체제는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등의 가장 큰 공적은 개혁·개방만이 중국이 나아갈 길이라는 점을 중국 국민들의 마음속에 뿌리깊게 심어준 것이다. 그동안의 경제적 성공으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은 이미 등소평시대가 모택동시대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는 점을 의심치 않게 되었으며 지금 존재하는 문제점들도 오직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개혁과 개방을 통해 중국의 경제구조는 이미 세계경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경시킬 경우 중국경제는 커다란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 중국 지도자들의 대다수가 이러한 국민들의 의지와 중국경제의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등의 기본 노선을 부정하거나 등의 노선을 정통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강체제에 도전하지 못할 것이다. ○개혁개방 계속 전망 이처럼 중국의 정치체제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중국의 경제발전에도 별다른 이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경제는 지금 이륙(Take Off)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거시경제정책에서 중대한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관성에 의해 지금까지의 고도성장의 기조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지난해에 경제의 「연착륙」에 성공하여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금년에도 10%전후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설정할 만큼 의욕에 넘쳐 있다. 강지도부는 대내로는 국유기업 개혁, 지역간 소득격차의 해소, 농업의 진흥, 인플레이션 재연의 방지, 대외로는 홍콩의 반환, 대만 문제, 미국과의 관계 증진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향후 강지도부의 능력을 실험하는 과제가 될 것이며 정황에 따라서는 정치적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아 이러한 문제들이 단시일내에 강체제에 근본적인 위협 요인으로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변화에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다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서도 중국의 경제적 중요성이 잘 나타난다. 한편 중국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중에서 유일하게 자주적인 기술개발능력을 키우면서 중화학 공업화를 실현한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의 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려 하지않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력을 통하여 실용기술을 습득하는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한중간의 협력이 경제분야에서는 물론 정치적인 분야에 있어서도 가일층 발전하리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다. □약력 ­54년 8월 중국 흑룡강성 출생 ­83년 북경대 경제학부 졸업 ­83∼88년 중국 길림성 대외경제무역위원회 근무 ­91년 일본 게이오대학 경제학 석사 ­96년 일본 게이오대학 경제학 박사 ­95년 7월∼현재 LG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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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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