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혀온 자동차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내수시장이 활성화되고 대미 수출이 확대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특히 특별소비세 인하는 그동안 자동차 업계가 내수시장 진작을 위해 꾸준히 요구해왔던 사항이어서 국내 차업체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만 특소세 인하가 즉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1~2년이 소요되는 한미 FTA의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하고, 또 단계적으로 내릴 것으로 보여 즉각적인 차량 판매가격 인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8%의 수입관세 철폐와 함께 배기량 기준 세제개편 등으로 미국차 등 수입차의 내수시장 공략도 한층 거세질 공산이 커 내수시장에서 한미 FTA의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특소세 인하 ‘가뭄 속 단비’=차업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기량이 2,000㏄ 이상인 차량에 부과되는 10% 특소세를 내려줄 것으로 희망해왔다. 2,000㏄ 미만에서는 특소세는 5%다. 차값의 5% 또는 10%를 특소세로 물다 보니 그만큼 소비위축을 피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타결로 특소세는 2,000㏄ 이상 중대형차에서 절반으로 줄게 돼 수백만원대의 차량 가격인하 효과가 생기게 됐다. 차량 가격이 2,552만원인 현대차의 쏘나타 F24 엘레강스 스페셜 기본형의 경우 특소세가 5% 빠지게 되면 147만원이 내린다. 또 5,702만원인 에쿠스 JS380 고급형은 328만원 싸진다. 차업계가 특소세 인하를 크게 환영하는 이유는 내수시장 판매가 지난 2002년 162만대를 기점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131만대로 줄어든 뒤 2004년 109만대, 2005년 114만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고 지난해에는 116만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차 내수시장이 특소세 인하조치로 상당 수준 판매량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특소세가 내리는 만큼 내수시장이 나아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그러나 미국차를 포함해 일본차ㆍ유럽차 등 모든 차량의 특소세가 동일하게 인하가 돼 특정 업체만 유리하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대미 수출 활성화=내수시장 진작과 함께 대미 수출 증가는 한미 FTA가 자동차 업계에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3,000㏄ 미만 자동차는 2.5%의 수입관세가 철폐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게 됐다.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의 70%가량이 3,000㏄ 미만 승용차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않은 원군을 얻은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69만3,124대(비중 26.2%), 금액으로는 87억1,00만달러에 이른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5%의 수입관세가 완전 폐지되면 한국차의 가격 경쟁력은 2.4% 상승한다. 강철구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이번 타결로 다른 국가에 비해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사라지고 한국차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돼 수출증대와 수익성 개선이 가능해졌다”며 “한국차 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3,000㏄ 이상 대형 승용차와 픽업트럭의 관세를 각각 3년, 5년간 유예하기로 해 FTA 효과가 미흡하며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중소형 승용차 위주의 대미 수출이 화물ㆍ픽업 분야로 확대되는 효과도 거두게 됐다. 미국 상용차 시장은 연간 320만대 규모로 그동안 25%라는 높은 관세율 때문에 사실상 한국산 트럭의 진출이 불가능했다. ◇자동차부품 최대 수혜=자동차부품 업종은 최대의 호기를 맞게 됐다. 미국의 수입관세 8%가 철폐돼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높아지게 됐다. 산업 측면에서도 미국산 부품 수입이 적은 반면 국내 완성차의 현지 공장 건설은 활발해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상당한 무역이익이 예상된다. 미국 앨라배마의 현대차 공장에서 쓰는 자동차부품의 50% 이상이 국내에서 수출되기 때문에 현대차의 가격 경쟁력도 함께 강화되는 이득도 누리게 됐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부품의 관세 철폐로 완성차의 판매가 늘어나고, 이는 자동차부품의 생산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빅3인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의 글로벌 소싱 대상으로 한국이 주목받게 되는 것도 또 다른 수확이다. 한국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기술력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가격 메리트까지 생겨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한국차 부품업체에 대한 러브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