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3년반 동안이나 표류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드디어 국회 내에 특위를 조속히 구성할 것과 범국민적 합의를 촉구했다. 오는 2047년 적립된 기금 자체가 완전 고갈되는 파국이 예상되자 뒤늦게 정부가 보험료를 높이고 보험급여는 낮추는 개혁안을 내놓았으나 여야가 각기 다른 해법으로 장기간 대치한 데 따른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보험료는 그대로 두고 연금액만 줄여 연금고갈 시기를 2052년으로 늦추는 수정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여당은 우선 재원이 부족하고 경로연금 및 기초생보자를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면서 기초연금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물론 원론적 입장에서 보면 기초연금제를 도입할 경우 사각지대가 해소되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퇴직연금제까지 실시되면 공무원연금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사라져 ‘쥐꼬리 연금’이라는 비난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초연금-국민연금-개인연금이라는 중층구조의 틀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당장 내년에 9조원이 소요되고 2010년 17조원, 2030년에는 170조원의 국민 세금이 필요하다. 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 등의 적자 규모만도 올해 7,180억원에서 2010년에는 2조8,680억원으로 늘고 앞으로 15년 동안 120조원의 국민 세금을 퍼부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연금제까지 도입할 경우 엄청난 재정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러나 날로 가속화하는 고령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국민연금 등 사회안전망 체계를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여당 수정안처럼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07년까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를 묶어두는 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여야는 당장 정부안대로 개정안을 처리하든지 아니면 국민연금 등 사회안전망 체계를 전면 재조정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특히 매년 막대한 국민부담으로 운영되는 공무원ㆍ군인연금 개혁부터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