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충돌하면서 동북아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일본으로 대표되는 해양 세력의 동맹과 이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등 대륙 세력이 다시 손을 잡아 동북아에 신냉전 기류가 흐르는 양상이다. 중국의 부상하고 일본이 약화하는 사이 러시아는 동진(東進)을, 미국은 서진(西進)하면서 동북아는 4강의 패권 전쟁의 충돌점이 되고 있다.
동북아질서 급변의 중심에는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개혁ㆍ개방을 통해 내부 역량 축적에 주력했던 중국이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힘의 외교'에 시동을 걸며 역내 세력균형(status quo)의 틀 자체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동중국해 다오위타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에 중국이 최근 강력하게 도전장을 내밀자 위협을 느낀 일본은 미국과의 전략적 안보동맹 관계를 강화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은 다오위타오 사태에서 일본 손을 들어주는 것은 물론 중국의 또 다른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개입을 선언하며 중국의 해양진출 봉쇄에 노골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은 미ㆍ일이 동맹전선을 펴며 협공하자 27일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갖고 러ㆍ일의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 남쪽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천명하는 등 러시아와의 연합구도 형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른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넘어 태평양으로 나아가려는 중국 대륙의 해양 진출 야심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과 일본간의 대립구도가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양상이다. 사실 1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은 이란 등 중동문제에 초점을 맞췄지 남중국해 등 중국 인근 역내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2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 등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른바 G2로 부상하며 경제는 물론 군사ㆍ안보 등 다방면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미국 등 서방에서 중국 위협론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개혁ㆍ개방을 이끌었던 덩샤오핑이 '100년동안 간직하라'며 신신당부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ㆍ힘을 기르고 때를 기다림)를 던져버리고 이제 할말은 하겠다는 대국굴기(大國堀起ㆍ큰 나라로 우뚝 섬) 외교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그 동안 외교정책은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국제사회에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반면 미국, 일본 등 강대국과의 마찰은 피하는 전략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층 세진 경제력, 군사력을 바탕으로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는 관계를 돈독히 하는 연경병시(軟硬竝施)전략으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2년 끝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후계 구도가 결정되는 내달 15일의 제 17차 당중앙위원회 5차전체회의(17기 5중전회)를 앞두고 중국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경 군부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갈수록 아세안과 일본은 이에 대항해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 자명해 동북아 정세는 갈수록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