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8일 금속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 측의 ‘산별교섭안’을 수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현대차 노조가 노사협상 전권을 쥔 상급단체의 방침에 마침내 반기를 든 것이다. 개별기업 노조에서 산별 중앙노조의 방침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파격적인 일로 현대차 노조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속노조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을 걸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속노조의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사측의 산별교섭안을 지부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이번 독자결정으로 금속노조의 징계처분 등이 예상되지만 더 이상 산별교섭 문제로 협상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며 다음주부터 임금 등 지부교섭에만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지난 6일과 7일 잇따라 열린 대각선 교섭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산별교섭안을 노조 측이 수용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거부해 사실상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대차 노조가 이날 독자적으로 산별교섭안 수용 결정을 내림으로써 임금인상 등 현대차 노사의 올 지부교섭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이르면 이달 중순께 노사협상 타결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속노조와 현대차 노조 간 대립양상이 더욱 격화돼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에서 이탈하는 등의 대변혁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현대차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금속노조에서 현대차 노조에 대해 제명 또는 조합 자격정지 등 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는 등 갈등의 골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조합원들의 실익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