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빈약·달라진 사업환경 무지… 정권 바뀌면 무산 일쑤<br>阿·중동에 선박·플랜트 연계 '패키지딜' 주효 하지만<br>정치적 리스크 커 다양한 접촉창구 없인 낭패 당해<br>정부 지속적 관리·대형 공기업 참여등 뒷받침 필요
| 유전 지분을 인수하는 대신 원유시추 선박을 건조해 인도하거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건설해주는‘패키지딜’이 잇따라 좌절되면서 우리의‘해외자원 개발전략’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드릴십. /서울경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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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자원패권전쟁] 표류하는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
인맥 빈약·달라진 사업환경 무지… 정권 바뀌면 무산 일쑤阿·중동에 선박·플랜트 연계 '패키지딜' 주효 하지만정치적 리스크 커 다양한 접촉창구 없인 낭패 당해정부 지속적 관리·대형 공기업 참여등 뒷받침 필요
손철기자 runiron@sed.co.kr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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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지분을 인수하는 대신 원유시추 선박을 건조해 인도하거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건설해주는‘패키지딜’이 잇따라 좌절되면서 우리의‘해외자원 개발전략’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드릴십. /서울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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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달러 이상의 브라질발(發) 특수라는 기대를 남기고 23일 한국을 떠난 세계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이 회사의 알미르 길레르미 바르바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0일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제안한 유전개발과 선박지원 연계 프로젝트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바르바사 CFO는 부유식 원유저장설비(FPSO) 8척과 드릴십(심해시추선) 7척을 직접 발주할 계획임을 밝혀 선박을 주고 페트로브라스 측 유전 지분을 확보하려던 우리 정부는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산유국에 선박과 플랜트를 주고 유전이나 광산을 확보하는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인 '패키지딜'로 추진했던 해외 자원개발 사업들이 잇따라 표류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 기업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짝사랑은 그나마 초기에 상대방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 상처가 덜한 편이다.
사업 진행 중 산유국의 갑작스러운 계약 취소 혹은 재검토 통보로 수억달러의 투자비를 날릴 위기에 처한 프로젝트들도 적지 않다.
한국 패키지딜의 원조격인 나이지리아 심해 유전 OPL321, 323 2개 광구의 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각각 추정 매장량이 10억배럴에 이르는 이들 광구에 대해 나이지리아 정부는 1월 분양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우리 측이 광권 확보 당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제공을 대가로 2억3,100만달러의 서명 보너스를 깎았는데 정권이 바뀌자 나이지리아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석유공사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광권을 되찾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세계 3대 니켈 광산으로 꼽히며 추정 매장량이 1억2,500만톤에 달하는 마다가스카르 니켈광 개발사업도 위기에 직면했다. 우리 측은 현지에 발전소 등 각종 플랜트 건설을 약속하고 이 사업에 수억달러를 이미 투자했지만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바뀌자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외국인과 맺은 광산 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2월 청와대까지 적극 홍보에 나섰던 20억배럴 규모의 이라크 남부 바스라 유전개발 사업 역시 35억5,000만달러 규모의 SOC 건설 사업과 연계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현지 조사단 파견 결과 계약 성사가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ㆍ가스ㆍ전략광물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정부는 아프리카ㆍ중앙아시아ㆍ중남미ㆍ이라크 등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후진국 진출을 모색하며 우리 측 강점인 조선ㆍ플랜트산업 경쟁력을 적극 활용했지만 빈약한 인맥과 철저하지 못한 준비로 잇따라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실장은 "패키지딜이 후진국 시장공략의 선봉장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요인이 훨씬 많은 점을 고려해 현지에 인적저변을 충분히 넓히고 확보해놓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등지는 정변이 잦기 때문에 다양한 인맥과 접촉창구를 확보해야 예상치 않은 리스크가 터졌을 때 대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지 사업환경 분석을 철저히 하지 않아 낭패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 사상 최대의 유전개발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러시아 서캄차카 프로젝트는 우리 측 파트너였던 로스네프트사와 러시아 정부 간 불편한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막연히 광권 연장을 기다리다 물거품이 돼 장기간 개발이 지연되며 적잖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잇따라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암초를 만난 원인을 정부의 집중력과 지속성 부족에서 찾는 전문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원개발에 관심이 매우 높았는데 유가가 떨어지니 관심이 시들해졌다" 며 "자원개발은 성공까지 긴 시간이 필요해 지속적인 지원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어렵사리 확보한 해외 자원사업이 꼬이기도 했다. 지난해 공기업에 대한 사정 바람이 중소 자원개발업체 상당수로 불똥이 튀면서 이들 기업은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로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무혐의 처리된 한 민간업체 사장은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을 했는데 검찰수사 후 일할 맛이 뚝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신인도 높은 대기업이 플레이어로 나서야 경쟁력이 있는 점을 고려해 대형 공기업이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하도록 정부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주명 서울대 교수는 "석유공사와 광물공사가 대체로 자원개발 사업을 잘하고 있지만 공공 부문의 또 다른 거대 기업인 한전이나 가스공사가 세계적 인지도를 활용해 사업에 적극 나서도록 정부가 분위기를 돋우고 장애물이 있으면 치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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