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EU집행위 사상 최대 위기

「부패, 정실주의, 그리고 관리력 부재...」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부패상을 조사한 특별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되던 15일 브뤼셀에 있는 EU 건물은 충격에 휩싸였다. 보고서가 『20명의 집행위원중 책임 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지적한대로 집행위원 모두가 주인없는 EU 예산을 파먹느라 혈안이었음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지난 57년 설립된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이래 42년만에 EU 집행위가 집행위원 전원의 부정부패 혐의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집행위의 부패와 무능을 다룬 조사보고서가 발표되자마자 집행위의 카운터파트인 유럽의회는 사회당, 보수당, 녹색당 등 정파를 가릴 것 없이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경제블록을 이끄는 집행위원회의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고서 내용= 유럽의회는 6주전 EU 집행위의 부정부패와 예산전용 의혹이 제기되자 전직 EU 회계국 직원이 포함된 특별위원회를 설치, 의혹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벌였다. 한달여만에 나온 142쪽 분량의 보고서는 어느 한 곳에도 집행위원의 사임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지적 내용들은 모두 사임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인물은 프랑스 총리를 지낸 에디 크레송 조사·교육담당 집행위원. 보고서는 크레송 여사가 수년간에 걸친 부하 직원들의 심각하고 반복적인 부정행위에 대처하지 못했으며 특히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에 배당된 1억6,000만 달러의 유용을 막지 못했고 자격이 없는 친구를 EU 연구직에 취직시켜 EU 집행위 예산을 축냈다고 비판했다. 또 독일 출신인 모니카 불프-마티에스 지역개발담당위원, 포르투갈의 후앙 데 데우스 핀헤이로 개도국 관계담당위원 등은 자격도 없는 친구와 친척을 집행위 월급 명부에 올린 혐의이고 스페인의 마누엘 마린 부위원장겸 개발담당위원은 EU 원조금을 소홀히 관리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U집행위 대책 및 향후 전망= 보고서 발표 직후 자크 샹테르 위원장은 긴급 회의를 마친 후 『보고서에 따라 집행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사임서를 제출키로 결정했다』며 체념한 듯한 표정이다. 이에 따라 집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는 16일 저녁 유럽의회의 호세-마리아 길 로블레스 의장을 만나, 문제가 된 집행위원 및 위원회 개편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24일 베를린에서 EU 15개 회원국 정상들이 EU 예산개혁 방안을 놓고 최종 협상을 마무리키로 해 집행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국은 부패혐의가 포착되지 않은 리언 브리턴 집행위부위원장과 키녹 위원 등 자국 출신 집행위원은 차기 집행위에 잔류해야 한다고 주장, 벌써부터 차기 집행부 구성을 위한 유럽국가간 힘겨루기가 시작되고 있다. 【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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