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화질 불법 콘텐츠 유통에 자극… 고품질 영상·자막 서비스로 차별화
북미시장서만 월 900만명 이용… 예능·영화 등으로 장르 확장
한국 제작사와 협력 확대… 2년내 연매출 1억弗 달성
한국의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시키는 무료 사이트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유료 서비스라는 새 패러다임으로 시장을 개척한 해외 교포 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캐나다를 포함한 전체 미국 대륙에서 한국드라마 유통 사업으로 빛을 본 박석(43·사진) 드라마 피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드라마 피버는 매년 2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보여주는 시상식인 드라마 피버 어워즈를 개최할 만큼 북미에서 유명한 한류 콘텐츠 플랫폼이다.
2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박 대표는 "한국제작사와 콘텐츠 제작에서부터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며 "2년내 연 매출 1억달러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가 2008년 창업 후 8년만에 이국 땅에서 이룬 성공은 괄목할만하다. 매월 2,200만명이 드라마피버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고 직원은 110여명에 달한다. 2012년 시카고의 벤처캐피털 회사인 MK캐피털과 스티브 첸 유튜브 설립자 등으로부터 600만달러를 유치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통신 기업인 소프트뱅크에 매각되면서 박 대표는 자금 회수에 성공했고 전문경영인으로 남게 됐다.
그의 성공은 작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박 대표는 2004년 대학교 졸업 후 미국 미디어 회사에 입사해 콸라룸푸르와 도쿄, 타이페이, 마닐라 등 아시아 주요 도시 출장이 잦았다"며 "한류 열풍이 정점에 달했을 당시 출장지에서 채널을 돌릴 때마다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박 대표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조사를 했다. 그는 "엉터리 자막이거나 자막이 아예 없는 저화질의 영상임에도 약 7,000만명이 불법 사이트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있더라"며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 유료화도 문제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4년 후인 2008년 회사에 사표를 내고 창업에 나섰다.
물론 시장의 물길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존 불법 사이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질로 승부 해야 했다. 우선 한국 방송사 관계자와 만나 판권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했다. 한국 문화 콘텐츠를 고화질로 제공하면 한류의 힘이 더 커질 것이라고 합법 유통의 필요성을 얘기하며 방송사 관계자를 설득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그는 "처음에 판권이라는 한국어를 몰라 '라이선스를 달라(give me license)'는 말만 외쳤다"며 "한국말이 어눌한 대신 손짓 발짓으로 열정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몇 시간씩 기다리는 수고 끝에 판권을 샀고 고화질 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었다. 자막의 수준도 손봤다. 번역본을 넘겨받아 그대로 내보내지 않고 미국인 편집자에게 맡겨 미국 방식에 맞는 자막으로 다시 제작했다. 속담이나 관용어구는 영어로 직역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이었다. 한 명의 편집자가 한 드라마의 에피소드를 전담하는 것도 경쟁사와의 차별점이었다.
자비를 털어 MBC로부터 커피프린스 1호점을 비롯해 25개 드라마의 판권을 구매해 사이트에 올렸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월 5달러로 사이트 내 모든 고화질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곧 이용자가 수백 명으로 늘어나 지역 광고까지 유치하게 됐다.
북미 지역에서만 9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박 대표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이 글로벌 저작권 문제 없이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장르도 예능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으로 다변화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드라마 내에 삽입된 미국 팝송 중 저작권 허가를 받지 않은 것들이 있어 판권을 산 후 미국에서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제작할 때부터 미리 허가받은 노래를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