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금리 2.0%로 日근접불구 효과미미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를 닮아가는 것일까. 미국의 단기금리가 2.0%로 일본의 제로 금리에 가까워졌지만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편으로 미국의 도매물가지수가 지난달 -1.6%를 기록, 일본형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최대증권사인 메릴린치는 최근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 이번주 주간 경제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일본과 같이 되지 않는 이유"를 적시했다.
메릴린치는 그 이유로 ▲ 미국 경제의 거품이 일본보다 작고 ▲ 미국의 금리인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 미국 경제가 일본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미국은 주식시장에 거품이 있는데, 500대 대기업의 주가수익률(PER)은 28에 불과하지만, 일본 도쿄의 황궁 부지가 80년대말에 캘리포니아주 전체 땅값만큼 치솟았던 것처럼 부풀지 않았다고 메릴린치는 지적했다.
또 일본 은행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했다가 땅값 하락으로 부실에 빠졌지만, 미국 은행들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이 건실하다는 주장이다.
또 일본은 90년초 재할인율을 6%에서 0.5%까지 내렸지만, 은행 부실이 누적되면서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는 무이자 할부에 따른 자동차 판매 확대,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이자율 하락등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
아울러 90년대초 일본 경제는 폐쇄적이었고, 정치권이 마비되어 있었지만, 미국은 효율적인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경기 부양을 위해 정치인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다르다고 메릴린치는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 경제침체가 80년대말 일본의 그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고, 최근의 경제지표들이 그 가능성들을 뒷바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80년대 일본 경제의 거품 붕괴도 메모리 칩 분야의 투자 위축에서 비롯된 것처럼 미국 경제도 정보 통신(IT) 산업의 투자 위축에서 출발했다. 미국의 광케이블의 경우 기존 설치 회선의 2.6%밖에 사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4년동안 20% 상승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처럼의 심각하지는 않을지라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 아울러 지난해초 대비 25% 하락한 뉴욕 증시 주가도 앞으로 30% 정도 더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의 경제학자들도 90년대 초반에 대장성의 개입으로 조만간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믿었고, 당시 미에노 야스시 일본은행총재는 "경제의 기초가 단단하다"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도 "경제의 장기적 전망은 밝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년 하반기 경기 회복을 전망하는 것도 일본과 같은 양상이다.
일본은 90년대초에 막대한 재정 흑자와 금리 인하 여력이 있었음에도 경제 회복에 실패했다. 현재 미국은 금리 인하의 실탄이 부족한 상태에서 연방정부의 재정 자금 확대에 의한 경기 촉진이 남아있을 뿐이다.
결국은 올들어 10번에 걸친 FRB의 금리 인하의 효력이 내년에 나타날 것인지, 연방정부의 경기촉진책이 먹혀들어가는지 여부가 미국과 일본 경제의 차이를 밝혀줄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