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입법 논란을 빚고 있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의 처리를 놓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사위가 벽돌 찍어내는 공장도 아닌데 법사위에 안건이 오면 무조건 통과시켜야 하느냐"고 발끈했다. 그는 김영란법을 처리하기 위한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1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김영란법의) 대상이 너무 넓고 포괄적"이라며 "처리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정무위가 1년6개월간 질질 끌어오다 갑자기 지난주 막바지에 '이해충돌 금지' 부분은 빼고 적용대상은 대폭 확대한 내용으로 소위에서 통과시켰다"며 "(정무위가) 법안을 넘기면 (법사위가) 그냥 통과시켜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법사위 때문에 법 통과가 지연된다는 지적에도 반발했다. 이 위원장은 "최소한의 심의준비를 위해 숙려기간 조항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는데도 마치 법사위와 법사위원장이 발목잡기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법사위의 심의권한을 훼손하는 매우 그릇된 행태"라며 "괜히 툭 던져놓고 마치 자신들이 할 일을 한 것처럼 하는 행태는 국민에게 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상임위 통과 법안은 법사위 상정 전 최소 5일의 숙려기간을 통해 전문위원의 검토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세월호 3법처럼 여야가 합의하고 긴급한 경우는 예외를 둘 수 있으나 이 위원장은 "원안에 비해 대상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 사회적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헌법학자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이런 식으로는 굉장히 문제가 크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저도 김영란법을 원안 그대로 발의한 사람이지만 다른 시각을 가진 의원들이 있는데다 위헌 소지가 없도록 법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에도 야당에서는 법안의 시급한 통과를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부패공화국'이라고 할 대한민국의 공직자 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강력한 반부패법"이라며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적용범위에 대한 논란은 여야 합의된 안을 우선 통과시키고 문제가 될 부분은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고 개정해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과 서영교 의원도 숙려기간 없이 처리하자고 주장했으나 법사위 의원 다수가 신중한 처리를 강조해 김영란법의 처리는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